
하지만 준비 없는 추진은 단순한 행정구역 독립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경기도는 약 1천400만명의 인구에 지역내총생산(GRDP, 491조2천983억원, 2020년) 1위에 달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과실은 남부지역에 집중돼 있고 경기북부의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현재 경기북부의 지역내총생산은 남부의 21%, 사업체 수는 남부의 35%, 재정자립도는 65%로 대부분의 경제관련 지표 수치가 남부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나마 경기북부 지역내총생산 1위인 고양시도 경기도 31개 전체 시군에선 8위에 불과하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최하위권이나 다름없는 26위다.
군사시설보호 등 많은 중첩규제 개발 발목
공업물량 확보없인 '낙동강 오리알' 불보듯
상황이 이러한 까닭은 바로 중첩된 규제에 있다. 경기북부 대다수는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등 수많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과밀억제권역 지정 지역은 공장이나 대학교 등의 신설이 제한돼 낮은 재정자립도와 세수 부족으로 새로운 기업들도 들어오길 꺼린다.
같은 과밀억제권역인 경기남부 수원의 공업지역 물량은 285만㎡, 성남은 179만㎡다. 반면 고양시의 경우 16만㎡, 의정부는 4만㎡, 구리시는 공업 물량이 전무하다. 추가적인 신규 물량 확보도 공장총량제로 인해 다른 지자체가 양보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결국, 현 상황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북부를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지역 격차만 더 벌리게 될 것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경기북부의 잠재력을 일깨울 진정한 미래상이 되려면 수정법 권역 조정과 공장총량제 등의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북부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우선이다.
일각에선 특별자치도부터 설치하고 이후에 각종 규제를 풀어나가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단 특별자치도를 설치하고 나면 규제 완화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2021년 실시한 제주도민 인식조사에서 도민들의 40%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 제주 경제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인 2003년 37.4%에서 지난해 37.1%로, 재정자주도는 80.5%에서 70.5%로 오히려 재정 상황이 후퇴했다.
지난해 급물살을 타며 오는 6월11일 출범하게 될 강원특별자치도는 얼마 남지 않은 출범 기간 탓에 당초 23개 조항뿐이던 강원특별자치도법을 정부와 100여 차례 끈질긴 협상을 거듭해 지난 5월25일 숨 가쁘게 2차 개정을 완료했다. 하지만 개정안 역시 제출한 137개의 조항 중 84개만 반영돼 지속적인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름뿐인 '특별자치도' 안 되려면 준비 철저
10개 시군 '경제공동체' 구성 함께 추진 제안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이름뿐인 특별자치도가 되지 않으려면 앞선 사례에 비춰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기북부 10개 시군이 경기북부경제공동체를 구성해 함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경기도가 경기북부 자치단체에 행정·재정 권한을 먼저 이양한다면 주체적인 준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혹자는 이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두고 하는 의미 없는 논쟁이라 말한다. 하지만 경기남부에 비해 햇병아리에 불과한 경기북부가 비좁은 울타리에 갇혀 닭이 되지 못하는 지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쪼아야 하듯, 울타리에 갇힌 경기북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금은 경기도와 지자체의 '줄탁동시'가 필요한 때이다. 울타리를 부수고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진정 경기북부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동환 고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