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의 사건을 수임했거나 자문하던 로펌이 어느 날 A회사의 분쟁 당사자인 B회사의 대리인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게다가 A회사의 내밀한 정보를 훤히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페어 플레이의 규칙은 무너지기 딱 좋다. 이럴 경우 A회사는 속았다는 불쾌한 기분에 휩싸일 것이고, 더 나아가 법조계 신뢰마저 휴지조각이 된다. 변호사법 제31조는 "변호사는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쌍방대리 금지 원칙'이며, 변호사윤리장전 17조도 쌍방대리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 당사자를 동시에 변호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본 직무에 어긋남과 동시에 한쪽 의뢰인한테서 받은 정보를 타 의뢰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등 직업 윤리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방대리는 수시로 발생했고, 그 때마다 사회적인 공분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불필요한 소모전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쌍방대리 금지 규정을 한층 강화하자는 변호사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법 개정만으로 쌍방대리 논란이 사라질 것을 기대하는 '해피엔딩'을 꿈꾸지만, 일부에선 쌍방대리는 기존 법조항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었기에 결국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쌍방대리 논란 사례는 진로-골드만삭스 사건과 SK-소버린 사건 등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 2003년 SK와 소버린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당시 김앤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동시에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당시 김앤장은 "한차례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했을 뿐 소버린과는 법률자문이나 법률대리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쌍방대리 금지 규정 강화에 대해 변호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모 법무법인 C 변호사는 "쌍방대리는 명백히 형법상 배임죄"라고 규정하면서 "법이 개정된다면 쌍방대리 논란 발생 시 해당 변호사가 쌍방대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문제 관련 미공개 정보로 주식이 매입된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넘긴 사실이 전해지면서 쌍방대리 등 여러 과제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파장의 범위와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해롭다. 쌍방대리도 불공정 거래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자본시장의 신뢰를 파괴한다. 선진국일수록 중대 범죄로 가중 처벌하는 이유 중 하나다. 관련 시스템의 조속한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재차 강조한다.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