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진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예요."
19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스마트타운 1층에 자리한 '신중년 아지트'에서 만난 박모(62·여)씨는 최근 50~60대를 일컫는 신조어인 '신(新)중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년층에 속하는 이들을 신중년이라 부르는 까닭은 중년 못지 않게 건강하고 여전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원해서다. 과거의 이들 연령대보다 신체 나이가 젊고, 고학력자가 많다.
박씨는 금융권에서 일하다 정년을 맞아 은퇴한 후 원예치유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유치원 등지에서 관련 교육 활동에 나선 지 1년째다. 이날 신중년 아지트에서 진행한 '직업상담사 직업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직업상담사 활동이 궁금해 찾아왔다"며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하고 나니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60대 초반 여성 노모씨는 10년 넘게 몰던 대형 화물차를 최근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남편에게 넘겼다고 한다.
여성 화물차 기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노씨는 운수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아직 젊기 때문에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직업탐색 프로그램·동아리 지원
인천인구 31.6%… 정책 미흡 현실
최근 문을 연 신중년 아지트는 이날 처음으로 직업 탐색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가 조성한 아지트 공간(357㎡)은 개별 상담실, 강의장, 무대, 회의실 등을 갖추고 누구나 찾아오도록 했다. 신중년 아지트는 취업 지원, 디지털 역량 강화 등 각종 교육, 직업 탐색, 동아리 모임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아지트 상담실에선 남동산단의 한 기업이 현장 채용 면접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이 공간을 아지트로 삼아 차분히 책을 읽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지난달 기준 인천지역 50~60대 인구는 약 94만명으로 인천 전체 인구의 31.6%를 차지한다. 인천 신중년 인구 비율은 30년 전보다 17.4%p나 올랐다. 정년 60세 기준으로 은퇴와 재취업 과정을 겪는 신중년 인구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청년층' '노인층' '경력단절여성'과 비교해 개념이 모호하고 중복적이다 보니 신중년을 특정한 정책 지원 규모는 적다.
반대로 정책 수요는 많은 상황이다. 현장에선 "인생 재설계를 도와달라"는 신중년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사업이 고용노동부나 지자체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개인이 찾기 어려운 실정인데, 이를 취합해 총괄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정부와 인천시가 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신중년 아지트는 이들 세대를 위한 첫 인프라다.
아지트 운영을 맡은 권기현 인천테크노파크 일자리센터장은 "신중년은 사회적 단절을 겪는 세대이면서도 조금만 지원한다면 경륜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왕성하고 건강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세대"라며 "다양한 활동과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 관계망을 구축하는 플랫폼으로 아지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