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연수구의 한 국회의원실에서 구가 혈세를 낭비하며 의도적으로 연수문예회관 건립을 중단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주민 시설 선호도나 적법한 절차에 따른 법정고시 전문기관의 조사결과조차 불신한다는 내용이다. 매몰 비용 26억원과 시비보조금 54억원을 낭비하며 신규사업 전환을 위해 중앙투자심사 조건을 역이용했다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담고 있다.
연수문예회관 건립 사업은 2019년 500억원 초과 시 타당성 재조사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후 사업비 498억원으로 민선 7기 두 달을 남기고 서둘러 착공한 사업이다. 하지만 터파기 과정에서 매립폐기물 발견으로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구는 정상적 사업 추진을 위해 법정 절차에 따라 폐기물처리비, 무대장비비 등을 반영한 총 사업비 630억원으로 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했다.
국회의원실서 '의도적 건립 중단' 주장
사업비 500억 초과시 타당성 재조사 조건
한국지방행정연구원(LIMAC)의 타당성재조사 결과, 비용편익(B/C) 0.15로 기준값 1을 충족하지 못했고, 사업비도 708억원으로 늘었다. 준공 후 연간 운영수지비율도 0.2로 매년 34억원의 적자를 전액 구비로 보전해야 할 상황이었다. 구는 이미 계획된 총사업비에 토지매입비 보정분을 제외하고도 153억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운영적자 보전분을 메우기 위해 구 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어서게 된 이유는 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필수장비인 무대시스템 예산 36억원을 설계에서 누락하는 등 저품질 자재와 공연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다. 타당성재조사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전문기관인 LIMAC으로부터 조사를 받도록 한 법정 절차다. 관련 법과 주민 여론을 무시한 채 당적이 다른 구청장 폄하를 위한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주장도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구가 검토한 매몰비용 26억원 중 공사비는 시공사에 이미 지급해 반환받아야 할 선급금도 포함돼 있다.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결과에 따라 지불해야 할 예상 지급금과 상계 처리 비용까지 고려한 것이다. 인천시와 협의해 반납해야 할 시비보조금 54억원도 오히려 앞으로 투입 예산을 포함한 시민 혈세 98억원의 낭비를 막은 결정이다. 인천시 예산도 우리가 낸 세금이고, 대체사업이 결정되면 새로운 시비보조금으로 받을 수도 있는 예산이다.
기존 500억원 미만으로, 사업설계를 조정하라는 의원실 주장도 이해 못할 일이다. 구는 타당성재조사 결과 객관적 지표·재정 경직성·낮은 인지도와 이용 의향·중앙투자심사 통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단을 결정했다. 의원실 주장대로 하면 기존 사업비에 매몰비용 26억원이 포함되고, 설계비는 10억원이 추가돼 줄어든 사업비로 새로운 계획에 따라 공사 절차를 재추진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시설이 공연기획자는 물론 주민의 외면을 받게 되고, 애초 목적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폐기물 발견·무대시스템 누락, 630억으로
인근 주민 91%가 체육시설 추진에 찬성
주민들이 어떤 시설을 원하고 있느냐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다. LIMAC이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64.4%가 연수문예회관을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최근 대체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근 4개 동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선 응답주민 91%가 체육시설 건립에 찬성했다.
구청장은 공천을 준 당보다 주민과의 약속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임 역시 단체장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왜곡된 현실과도 당당히 맞서야 한다. 오히려 지금의 연수구가 최초 설계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해 당시 정책 결정자로부터 사과받아야 한다. 구정 책임자로 필요하다면 구민과 언론 앞에서 공개 토론도 제안한다. 더 이상 삶이 팍팍한 주민들을 화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