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결단을 내야 한다. 특히 철도사업은 한 번의 계획으로 100년 이상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 신속한 추진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목적에 부합한 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검단·김포 연장' 지자체간 합의 이뤄
2기 신도시 광역교통문제 해결 애초 목적
5호선 연장사업의 애초 목적은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완화나 건설폐기물처리장(건폐장) 이전이 아니라, 검단신도시 등 서부권 2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문제 해결을 위함이다. 이는 이미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2018)' 및 '광역교통2030(2019)' 등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심지어 검단신도시는 이미 입주율의 40%에 달하는 세대가 둥지를 틀었음에도 광역철도 하나 없는 유일한 2기 신도시이며, 계양을 지나는 공항철도는 출퇴근 시간마다 늘 혼잡해 피로를 가중시킨다. 더군다나 지난 30년간 수도권 매립지로 인한 환경적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 온 검단지역 주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이 한시라도 급한 상황이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교통수요와 광역철도의 필요성에 있어서 인천시민과 김포시민 모두 평등한 국민이므로 공평하게 이동권을 보장받아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김포시는 5호선 연장의 협의 주체인 인천시와 서구를 배제하고 서울시 및 강서구와 임의적 합의를 통해 철도 노선의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건폐장 이전을 마치 핵심 사안인 것처럼 전제조건으로 하고, 노선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려 하는 실정이다. 이는 전혀 논리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이며 굳이 법리적으로 따지자면 위법 및 위헌의 소지가 있는 주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 한다. 심지어 특정 지자체 간의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나뉘어야 할 교통 혜택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차원에서, 지방자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간 권한쟁의 심판 사안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건폐장 및 차량기지 이전 설치라는 전제조건이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의 핵심이 아닌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김포시, 건폐장 이전 전제 서울시와 합의
인천시·서구 배제, 교통혜택·평등권 침해
그간 인천시는 5호선 연장을 위해 30년 이상 수도권 매립지로 고통받아온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오류동까지 연장하는 노선과 완정을 거쳐 김포로 넘어가는 노선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원안을 철회하고 김포시와 상생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노선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인천시는 풍무동에서 102역사로 직진하는 노선이 아닌, 검단신도시를 약 2㎞정도 우회하면서 원당지구를 지나 김포로 연결되는 노선을 제안했다. 이는 전체 노선 중 거리상으로는 2㎞, 전체 운행 시간으로는 2분50초가 늘어나는 노선이다.
따라서 이제는 인천시민들과 국민 여러분께 묻고 싶다. 인천시가 제안하는 노선안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의 절대적인 결함이나 문제점이 있는지, 원도심 원당지구와 검단신도시 1단계까지 11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서울도시철도 5호선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죄가 있는지 묻고 싶다. 지방자치제의 특성상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음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국가 정책의 결정에서, 더군다나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접 지자체에서 이러한 편협함과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는 국가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태이다. 인천시가 제안한, 진정 서북부 지역의 공생과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 그토록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지, 이제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부탁하고 싶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