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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현 포천시장
지난 10월24일 오후 6시20분께 포천시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현재 큰 우려를 하고 있다. 그날의 사고를 되짚어 보면, 영중면 43번 국도를 달리던 민간인 차량에 탄두가 날아와 박혔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군 당국이나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봐야 하겠지만, 포천시에 사는 많은 시민은 '로드리게스 훈련장'이라 불리는 사고현장 인근의 영평사격장을 지목하고 있다. 만일 사고의 총알이 영평사격장에서 날아온 것이 맞는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이런 가슴 철렁한 '도비탄'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에도 12월 한겨울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에 산불이 나 막대한 산림피해를 냈을 뿐 아니라 화재진압에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유탄이나 도비탄으로 발생한 사건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만 28건에 이른다. 한 해 평균 2.8건의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포천 시민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도비탄 사고를 비롯해 소음·진동 피해 등 각종 피해를 무던히 감내해왔다. 게다가 포천시는 특수하게 휴전선과 인접한 국가안보 요충지라 시 면적의 4분의 1이 군사시설보호구역에다 주한미군 최대 훈련장과 동양 최대 훈련장 등이 도심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격장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엄청난 화력의 사격훈련이 시행되고 있다. 놀랍게도 사격장 주변 지역에선 유탄이나 도비탄이 날아드는 사고를 마치 일상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국가 차원의 보상도 없이 인내한 세월이 무려 70여 년에 이른다.  


국도 달리던 민간 차량에 탄두 박혀 '불안'
10년동안 유탄·도비탄 사고 확인 건만 28건


포천시는 이러한 군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관군 상생협력 기반을 다지는 일에 매진해왔다. 이를 통해 영평사격장과 승진훈련장 주변 지역 지원사업, 학교 지원사업, 각종 건의 및 개선 요구 활동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영평사격장 갈등관리 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어 군과 주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주한미군 측과도 갈등·피해방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평사격장과 관련해서는 국방부 차관 주재 아래 '영평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를 추진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 시장이자 한 사람의 시민 자격으로 이번 일과 같은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영평사격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재발 방지대책을 호소했다.

우리의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이번 사고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영평사격장 내 모든 사격을 중지할 것, 둘째, 정부 차원의 영평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를 긴급 개최할 것, 셋째, 근본적이고 영구적인 안전확보를 위해 훈련장을 이전해 줄 것이다.

올해도 우리 시는 영평사격장 갈등관리를 위해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갈등관리협의회 연 2회 정기적 개최를 비롯해 군 사격장 주변 지역 갈등관리 및 발전 방안 수립 연구용역 추진, 민관군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정책협의회 등 군과 주민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영평사격장에 진상규명 전 운영중지 등 호소
시는 엄중대응·관계기관과 협력준비 돼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번 사고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확실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격장 주변 지역에서 이런 사고가 한 번씩 일어날 때마다 주민들이 겪는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한다. 주민들은 "살아보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사고는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임이 틀림없다. 이제 더는 이런 사고들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더욱이 시의 발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우리 시는 시민과 함께 이번 사고에 엄중히 대응할 것이며 국방부, 미8군 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바라건대 국가 안보를 위해 바친 우리 시의 희생에 대해 존중하고 민관군이 상생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백영현 포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