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검사' 과잉진료 논란 있어
흉부방사선 등으로 조기진단 가능
15초동안 가슴움직임 호흡수 계산
안정상태서 30회 넘으면 병원으로
주기적인 검진으로 행복 영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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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고양이의 심장질환은 일반적인 진료를 통해 알아내기 매우 힘든 질환이라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기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방법을 통해 고양이 심장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까? 정답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고양이 심장질환 진단의 골든 스탠다드는 심장초음파 검사이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장근육의 두께를 측정하고 심장을 이루는 공간인 심방과 심실의 크기, 형태 등과 심장 및 대동맥, 폐동맥 등을 이동하는 혈류의 속도 등을 측정해 최종 심장질환을 진단해낸다. 하지만 심장 초음파 검사의 경우 매우 섬세한 검사법으로 숙련된 영상진단 전공 수의사가 필요한 고가의 검사이다 보니 특별히 심장병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고양이가 아니라면 루틴하게 검사를 추천하는 것도 과잉진료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어려운 검사이다.

여기까지 읽어본 독자라면 "그럼 조기진단 방법이 없는 건가?"라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비록 확진은 아니지만 수의학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아직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초기의 심장병이라도 건강검진 시 몇 가지 검사를 통해 조기에 고양이 심근병을 추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흉부 방사선을 통해 심장의 형태적 변화상을 검사해낼 수 있으며 혈액 검사 중 NT-proBNP라는 검사 항목을 통해 심근에 이상이 오는 것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고양이 심근병은 평상시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이며 검사 항목 중 NT-proBNP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고양이 심근증의 경우 마취 시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고양이 PPDH(복막 심낭 횡격막 탈장)의 경우 방사선 검사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진단이 되므로 어린 고양이라도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마취 전 검사 시 흉부 방사선 검사와 NT-proBNP 항목은 꼭 체크 해보고 수술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집에서 심장병의 징후를 알아보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심장에 이상이 온다면 기본적인 바이탈 사인에 변화가 오게 된다. 바이탈 사인이라는 것은 생명 활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호흡수, 심박수, 맥박수, 체온 등을 일컫는 말이다. 고양이의 호흡수는 분당 15~30회 정도이고 심박수와 맥박수는 120~200 정도이며 체온은 38.5도를 정상으로 본다. 심박수와 맥박수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가정에서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울 수 있으며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호흡수를 측정하는 방법은 비교적 용이하고 정확하므로 정기적으로 호흡수를 측정하여 기록해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사냥놀이나 운동 직후, 식후에는 호흡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피하도록 하고 잠을 자고 있을 때나 편안히 쉬고 있을 때 측정하여야 한다. 초시계를 준비한 후 15초 동안 고양이의 가슴 움직임을 관찰하며 호흡수를 계수하고 곱하기 4를 하여 분당 호흡수를 기록하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우리 집 고양이의 평균 호흡수를 알기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호흡수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신뢰도가 부족하며 지속적으로 기록해놓아야 심근병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호흡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해가는 추세를 알아챌 수 있다. 만약 편안하게 쉬고 있는 안정상태에서 고양이의 호흡수가 30회를 넘어가게 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심장병에 대한 검사 받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 심근증은 무엇보다 조기진단과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질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별로 없는 만큼 보호자가 이상을 발견하기 힘든 질환이므로 대응이 늦어질 경우 혈전 발생으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거나 폐수종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에 치료도 힘들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갑작스러운 급사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집에서 정기적인 호흡수의 측정과 기록,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반려묘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빌어본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