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개월령~3년령 사이 발병
나이 들어갈수록 증상 더 심해져
최근들어 환경요인 중요성 강조
유전적 요인·저급한 간식 등
아토피성 피부염 밀접한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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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동물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피부질환이 압도적일 것이다.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참기 힘든 가려움증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견공들과 묘공들을 보고 있노라면 샘솟는 측은지심을 억누르기 힘들 지경이다.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고 긁어 벌겋게 부어오른 피부, 피와 진물이 말라붙어 털이 엉기고 악취를 풍기면서도 반갑다고 꼬리를 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가려움증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피부질환의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개선충이나 귀 진드기 같은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 피부병이 오게 되면 가장 극심한 증상을 보이지만 의외로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세균이나 진균 등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감염성 피부 질환의 경우도 증상이 심각하고 장시간 애를 먹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정성어린 치료를 받으면 양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면역 관련 피부병과 내분비 관련 문제로 인한 피부병의 경우는 진단은 물론 치료에도 상당히 애를 먹는 질환으로 치료의 목적도 완치가 아닌 적절한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를 난처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이 두가지 난치병 중에서 내분비관련 피부병은 다음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비롯한 면역관련 피부질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필자가 어렸던 시절에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라는 질환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던 것이 사회가 발전하고 그와 더불어 환경이 변화되면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창궐하기 시작하더니 2010년 국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35.6%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단받았던 병력이 있다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2000년의 24.9%보다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반려동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동물 역시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사전적 의미는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피부 습진 질환으로 천식, 알레르기 비염, 만성 두드러기와 함께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이다. 사람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태열이라 하여 영아기때 시작하여 성장함에 따라 점차 줄어들어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일부만 남고 많은 수의 환자가 개선이 되는 반면 견공과 묘공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정반대의 발병 형태를 띄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말인즉, 사춘기가 지나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인 생후 10개월령~3년령 사이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병되기 시작하여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라는 커다란 범주안에 속해있는 질환으로 벼룩 등 외부기생충 매개 과민반응, 담마진,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음식물 과민반응 등과는 따로 분류되는 질환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실제 임상에서는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또한 한 마리의 동물이 한가지 질병만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두 세가지 질병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과 더불어 환경적인 요인, 환축의 면역학적 이상과 피부 보호막의 이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도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특히 환경 요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린시절 무분별하게 저급한 간식을 급여하는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이고, 실내외 공해에 의한 알레르기 물질의 증가 등 환경적인 요인이 아토피성 피부염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뤄 보도록 하자.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