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수원시 경쟁중, 12일 결정
인프라 측면 '다윗과 골리앗' 대결
수원, 지방재정영향평가 절차 생략
규칙 무시한 스포츠는 폭력일 뿐
선수들에 페어플레이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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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광주시체육회 수석부회장
193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영국의 주디 기네스 선수는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 금메달을 노리고 있었다. 기네스는 오스트리아의 엘렌 프라이스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자신이 앞서가던 상황에서 심판들에게 프라이스가 성공한 두 번의 공격이 채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 두 점이 인정되며 기네스는 결승전에서 패하고 프라이스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기네스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기꺼이 금메달을 포기했고 은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지만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의 명예를 지킨 선수로 칭송을 받게 됐다.

'페어플레이'는 16세기에 영국의 상류 계급 사이에서 유행되던 사교로서의 스포츠 매너에서 유래한 말로 훗날 19세기의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에서 성격 형성의 수단으로서 스포츠가 강조되자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조됐으며 이 개념은 점차 외국에도 보급됐다. 현재에는 공정하게 규정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는 태도를 뜻하며 스포츠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광주시와 수원시는 '2026~2027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12일 경기도체육진흥협의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는 명실상부 경기도의 수부도시이며 프로야구와 축구, 배구, 농구 등 4대 리그 홈팀과 이미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10회와 전국체육대회도 개최하는 등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광주시보다 모든 면에서 체육 인프라가 월등하다.

반면, 수원시에 비해 체육 인프라가 부족한 광주시는 지난해 종합운동장을 착공하는 등 부족한 시설에 대한 준비과정과 시민과 함께하는 경기도 종합체육대회를 강조하기 위해 7만3천여명이 동참한 유치기원 서명부를 현장 실사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원시가 절차를 지키지 않고 공정하지 않게 경기도에 대회 유치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법을 보면 '지자체는 총사업비 광역 30억원, 지자체 10억원 이상의 국내 대회, 공모사업 등을 유치하거나 신청하기 전 지방재정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100억원 이상의 시설 운영비가 투입되는 경기도 종합체육대회는 지방재정영향평가 대상임에도 수원시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경기도에 종합체육대회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기도의 추가 제출 요청에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은 규칙의 문제이며 규칙을 정하면 엄격하게 지켜야 함에도 수원시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격투 스포츠는 경기자의 체중에 따라 체급을 나눈다. 이는 몸집이 큰 선수들이 많은 이점을 받는 격투 스포츠에서 몸집이 작은 선수들이 제외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아무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체급 제한이 없는 유치 경쟁을 하더라도 규칙은 있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격투 스포츠와 폭력의 차이는 규칙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규칙이 있는 격투 스포츠는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는다. 규칙이 없는 싸움은 폭력일 뿐이다. 권투 선수가 규칙이 없는 곳에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규칙이 있어도 규칙을 무시하며 시합을 벌인다면 그 순간부터 스포츠가 아니며 폭력일 뿐이다.

그래서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유치 결정이 규칙에 따라 공정하길 바란다. 그래야 종합 스포츠 대회인 경기도 종합체육대회를 통해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참가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소년 시기부터 승부에 집착, '승리하면 그만'이라고 지도하기보다는 '얼마나 규칙을 지키며 열심히 했는가'를 지적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일깨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철희 광주시체육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