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수도권 미명하에 온갖 규제 받아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소멸 위험지' 분류
'접경지역 지정'만이 40년 희생 정당한 보상
정부, 군민들 절박한 호소 더이상 외면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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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 가평군수
잘 알려진 격언 중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혜택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대가 즉, 의무가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면 당당히 점심 먹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있고, 의무가 있으면 권리가 있는 것. 이것이 건전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상식 아니겠는가.

그런데 가평군에는 수도권이란 미명하에 온갖 규제만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은 없어 지역발전이 크게 정체되고 있다. 가평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환경정책기본법'상 특별대책 지역, '한강수계법'상 수변구역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해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까지 받고 있다. 이중삼중의 중첩규제로 가평군의 발전을 숨이 막힐 정도로 옥죄고 있다.

이로 인해 가평군은 지속적인 인구감소 및 정체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도 올해 4월 현재 30%로 매우 높다. 여기에 재정자립도는 18.3%(2024년 4월 기준)에 불과해 미래가 암울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신규정책은 비수도권의 반발로 가평군이 포함된 수도권이 배제되는 정책이 주류를 이뤄 가평군은 '수도권 역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인구감소 지역 4개소 중 3개 지역(경기도 연천군, 인천광역시 강화·옹진군)은 접경지역으로서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의 모든 수혜를 차별 없이 받고 있지만, 유일하게 접경지역이 아닌 가평군만 정책에서 배제돼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가평군은 이 같은 낙후된 군 발전에 대한 해결책으로 민선 8기 들어 정부에 '접경지역 지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낙후된 접경지역의 경제발전 및 주민복지향상 등을 위해 2000년 '접경지역 지원법'을 제정했는데, 가평군도 접경지역에 포함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접경지역의 범위는 2008년 시행령 개정으로 거리 지정기준이 민통선 이남 20㎞ 이내 지역에서 25㎞ 이내 지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가평군은 법 제정 당시인 2000년부터 접경지역 지정기준을 이미 충족했음에도 아직 접경지역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접경지역으로 지정되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최대 80%의 국비지원 및 특별교부세 등 재정지원과, 조건 충족 시 접경지역 내 개발사업에 대한 각종 부담금 감면과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수도권이라도 인구감소지역이면서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경우 세컨드 홈 1가구 1주택 세제 특례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재산세 특례의 세제혜택이 있다. 통일부와 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평화경제 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지방세 및 부담금 감면과 자금지원 등의 혜택도 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각종 지원은 가평군 발전의 획기적인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평군민들이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제정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4월22일부터 6월 말까지 '접경지역 지정촉구 범군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서명운동 시작 약 1개월만인 5월 말 현재 목표(3만1천700명)보다 1만220명 초과한 4만1천92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높은 서명 실적은 군민들의 접경지역 지정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대변해 준다.

가평군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깨끗한 상수원을 공급하고, 울창한 산림자원으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의 허파와 같은 가평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가평 군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넓게는 수도권 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본인은 가평군과 수도권이 상생 발전하도록 6만3천여 군민들과 함께 접경지역 지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가평군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더는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서태원 가평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