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도 72%가 남성우월주의
중국, 잠재적 폭력남편 韓의 절반
정책 실행해야한다면 성차별 편견
선진국만큼 10% 안팎 하향 급선무

연애와 결혼, 출산이 선택 사항으로 변모함에 따라 기본적으로 교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이 과거보다는 한층 강해져야 연애가 이뤄진다. 한국의 경우 낙후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훨씬 더 유인이 적다. 이에 더해 후진적인 성차별 관습 또한 저연애, 저결혼, 저출산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성장 선행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 중국, 태국 등 7개국은 동아시아에서 경제성장의 단계가 높다. 태국의 경우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미달하지만 주변국보다는 한결 성장도가 높다. 이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일본이 지난해 1.2를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1.0 미만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낮다(중국은 1.0이다). 일본을 뺀 동아시아 6개국은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성차별 편견이 심하고 저출산 세계 신기록을 놓고 경쟁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성차별 관습도 만만치 않지만 성차별 편견에 대한 국제비교 통계에서 6개국보다는 앞서 있다.
한편, 동아시아 6개국처럼 불협화음을 내는 국가들 중 극악의 저출산에 빠지지 않는 경우에는 이슬람이 지배적 종교이거나 다른 여건들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후진적인 성차별 편견이 만연하다면, 이것이 여타의 저출산 요인들과 맞물리며 기록적인 저출산이 야기됨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6개국이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신기록 경쟁에서 가장 먼저 치고나간 한국은 경쟁국들 중에서도 성차별 편견이 가장 악독하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의 정치 분야를 보면 한국 남성의 77%가 반여성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남성이 더 나은 정치 리더라고 답하거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에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를 조사한 것으로, 둘 중 하나의 편견이라도 가진 이들을 말한다(태국 71%, 중국 62%, 홍콩 54%, 싱가포르 51%, 일본 42%).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 남성은 72%가 남성우월주의 인식을 보인다. 남자가 기업 운영을 더 잘한다거나 일자리가 부족할 때는 남자가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고 답하는 이들이다(중국 61%, 태국 59%, 홍콩 49%, 싱가포르 43%, 일본 40%). 가장 끔찍한 것은 폭력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 남성의 50%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19%가 그러하고, 한국이 무시해 마지않는 중국은 26%의 남성이 그렇다고 답하며 잠재적 폭력 남편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대만 34%, 태국 40%, 홍콩 42%).
국책연구소의 말마따나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높여주는 '교제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면 한국 남성 대부분이 공유하는 여성혐오적이고 남성우월적인 성차별 편견을 OECD 선진국만큼 10% 안팎으로 끌어내리는 게 급선무이다. 남성이 언행을 고치면 되는 일이기에 돈도 들지 않는다.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같은 교정은 연애와 무관하게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이라는 점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