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자족용지 줄여 '주택 공급' 시사
성장동력 잃고… '베드타운' 1기의 전철
주체인 지자체·주민들의 목소리 반영을

1980년대 후반 탄생한 1기신도시는 주택공급에 치우친 단기간 대규모 개발로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높았다. 뒤를 이은 2기신도시는 독립적인 자족도시를 유도했지만 낮은 자족성으로 서울로 장거리를 출퇴근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3기신도시는 앞선 문제점을 보완해 일자리와 생활자족기능을 확보하고 도시 완결성을 높이는 자족도시를 표방했다.
고양시는 신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안고 있는 도시다. 1기신도시로 개발된 일산신도시는 108만 인구의 고양특례시를 만든 초석이자 동시에 베드타운의 대명사가 됐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정책 평가'의 자족성·편의성 확보 측면에서 일산신도시는 100점 만점에 5점에 머물렀다.
세월이 흘러 일산신도시에는 노후계획도시라는 이름이 붙었고 고양시는 창릉신도시라는 새로운 신도시 조성을 앞두게 됐다. 도시별 특화요소가 반영된 창릉신도시의 테마는 '기업시설이 풍부한 수도권 서북부 일자리 거점도시'다. 자족기능이 부족한 고양시에 창릉신도시의 등장은 크나큰 기회다. 최초 발표 시 창릉지구는 판교의 2배가 넘는 140만㎡ 규모의 자족용지가 계획됐다.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지원센터도 건립된다. GTX창릉역, 고양은평선 신설 등 광역교통망도 조기에 구축 중이다.
그런데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에만 3만 호의 공공주택 추가 공급계획을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공원녹지와 자족용지 비율을 조정해 주택 추가물량을 확보한다는 자족용지 축소를 시사한 내용이었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신도시 조성방향은 쾌적한 정주환경과 편의성 증진, 철도망 중심 대중교통체계, 자족기능과 산업생태계 조성이다. 양질의 일자리로 가득한 활기찬 도시를 위해 충분한 자족용지를 계획하는 것이 3기신도시의 주된 차별점이었다.
고양시는 각종 규제로 다른 신도시와 비교해 자족기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고양시 재정자립도는 32.7%로 1위인 화성시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등이 가능한 경제자유구역과 바이오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해왔고 최종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창릉신도시는 이와 함께 GTX역세권에 중심복합지구를 조성하고 혁신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거점으로 기능할 계획이다. 미래모빌리티와 콘텐츠 등 신산업 기반을 갖출 창릉신도시는 일산신도시와 고양시의 균형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 또다시 자족용지 대신 주택만 빽빽이 들어선다면 창릉신도시는 성장동력을 잃고 1기신도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단기적 안목의 신도시 추진은 고양시를 아파트숲 속에 잠자는 도시로 만들고 서울 의존도만 더 가속화할 것이다.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반시설 확충, 일자리와 기업유치로 자족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3기신도시는 도시특성에 맞게 자족기능을 확충하고 기존 도시와 연계하는 중장기적 도시계획을 가지고 신도시 주체인 지자체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단계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 오롯이 고양을 흐르는 창릉천의 특성을 살려 제2의 호수공원을 조성하고 직·주·락을 집약한다면 창릉신도시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일산신도시 주민으로 살며 고양시에 대한 애정을 키워온 게 어느덧 30여년이 돼간다. 이제는 노후도시가 된 일산에서 새롭게 성장할 창릉신도시를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듯 애틋한 마음이다. 시간의 켜가 쌓여있고 북한산과 창릉천의 그린·블루네트워크를 고루 갖춘 창릉은 고양시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창릉신도시의 기본구상 '포용적 연결도시'처럼 창릉신도시가 자연과 사람, 덕양과 일산, 더 나아가 고양과 서울을 연결해 상생할 수 있는 3기신도시의 표본이 되길 바라본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