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행정실험 허용 안되는 분위기 가득
과감하고 실패 용인 '도전하는 사회'가 돼야
변화, 원인 밝혀 옳게 정의하는것에서 시작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이 혁신을 이끈다. 경제부흥을 위하여 각국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 시도한다. 그중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성공한 방법이 스타트업을 도와 창업에 나서게 하는 것이었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역대정부 모두 벤처기업 지원책을 폈다. 정부, 대기업, 은행이 나서서 펀드를 통해 지원하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 와중에 사회적경제라는 개념도 일어났다.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스타트업을 통해 해결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목적인 줄 알았는데 일을 통하여 사회가 가진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협동조합형 모델이 나오게 된다.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눈이 생겼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의 말에 따르면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기성집단에서는 도저히 제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줄 안다'는 것이 신생 스타트업의 매력이라고 한다. 세계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인재'를 찾는다. 해결책은 기존 대기업에서 찾아낼 터이니 새로운 문제를 발굴해 달라는 효율적인 분업이다.
문제를 찾아내는 일 못지 않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도 해결책이 된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게 된 것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모델이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내면서부터였다. 문제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데는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관점을 달리하기 위해서는 늘 보던 방법과 보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것은 늘 두려운 것이다. 항상 해 오던 일은 이제까지 별 문제가 없었기에 그 방법을 내내 써 왔던 것이다. 새롭게 질문을 던져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하던 대로 하면 중간은 간다는 안전주의가 만연해 있다. 행정으로 섣부른 실험을 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런 안전주의는 사방이 혁신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는 죽은 생각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법을 과감하게 용인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라야 한다. 나는 시장이 된 첫 달에 '일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2년이 지나고 다시 '불필요한 일을 줄이라'고 정식으로 지시를 했다. 여기에도 질문이 필요하다. 이 일은 왜 시작했을까?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지지로 시장이 됐다. 변화는 문제를 찾아내고 바르게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느 목사님이 고양이를 길렀다. 설교하러 단을 오르면서 앞자리 의자다리에 묶어놓고 올라가 설교를 했다. 세월이 흘러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다른 목사님이 설교단에 올랐다. 장로 한분이 돌아가신 목사님 고양이를 앞자리 의자다리에 묶어 놓았다. 그 고양이가 죽자 누군가 다른 고양이를 구해다가 예배시간마다 묶어놓았다. 수 십년 세월이 흘러 신학교 논문이 하나 나온다. '고양이가 예배의 거룩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관하여'.
/하은호 군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