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망 통합, 차량 개발 맞손
국내 공장 신차 생산 물량 확보 우려
현대차가 제너럴모터스(GM)와 차량 개발과 공급망 통합 등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미래 생산계획을 확보해야 하는 한국지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2일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승용·상용차와 내연기관·전기·수소 등 자동차 동력 기술 등의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와 차체에 쓰이는 철강을 비롯한 주요 소재의 공급망을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대차와 GM이 협력을 모색한 것은 캐즘(수요 둔화) 현상을 겪는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광물 등을 공동으로 대량 주문해 비용을 낮추고, 양사가 가동 중인 전 세계 공장을 활용해 현지에서 직접 차량을 생산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에서 우위를 지닌 현대차가 GM과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미국에 공장을 신축하지 않고 GM의 기존 공장을 활용해 협업하는 방식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양사는 이번 MOU를 통해 공동 개발한 차를 각각 현대와 GM 브랜드의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리뱃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두 공룡의 얼라이언스(동맹) 협약은 GM의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3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생산 계획이 전면 취소된 이후,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조항에 ‘전동화 전환 및 친환경차 확대에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을 넣고 향후 신차 생산물량 확보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GM이 현대차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 공동 개발에 나설 경우 한국지엠이 미래차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대차와 GM의 협약이 (한국지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나,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지엠 측은 양사의 포괄적 협력관계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국내에 미칠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포괄적 협력관계인 만큼 앞으로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논의될지 결정된 바는 없다”며 “현재까지는 한국지엠이 양사 협력에 따른 사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