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접경지역인 서해 5도 중 하나인 연평도는 '안보의 섬'으로 불린다. 12년 전인 2010년 11월23일, 평온하던 섬마을 연평도는 북한군의 기습적인 포격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학생들도 동요 않고 학업 힘써
사격훈련 대수롭지 않게 생각
"저도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았어요. 바다 건너 북한에서 들리는 포 소리는 이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연평도 주민 김지춘(53)씨는 "얼마 전 북한의 포 사격 훈련 소리에 놀라서 대피하려고 짐을 싼 주민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대부분은 별일 아니라고 여긴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연평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느 때처럼 생업에 종사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민들은 배를 몰아 바다로 나갔고, 어린이집에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낚시하러 온 관광객들도 보였다.

송영희 연평초중고등학교 교장은 "(요즘 남북 정세와 관련해) 학생들도 동요하지 않고 학업에 힘쓰고 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긴급 대피 훈련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불안감을 내비치는 주민들도 있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백순옥씨는 "육지에서 살다 몇 년 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지난달 북한이 포를 쐈을 때는 면사무소에서 배낭에 물 같은 것들을 챙기고 대피 준비를 하라는 방송이 나와 마을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2년전 충격 못벗어난 주민도
북한은 지난달 14일부터 서해상으로 방사포 등을 연이어 발사했다. 또 이달 2일 동해상과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 20여 발을 발사했고, 이 중 1발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하다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인근에 떨어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우리 영해 인근 해상에 떨어진 건 분단 이후 처음이다.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평화'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김정희 연평도 주민자치위원회장은 "주민들이 연평도를 지키고 살아가려면 무엇보다도 평화가 중요하다"며 "23일에는 연평도 포격전 추모 행사 겸 북한에 평화를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12년 전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이 섬이 평화로워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6면([연평도, 그 섬에선…·(1)] 12년 전 악몽에 갇힌 사람들)
연평도/변민철·이수진기자 bmc0502@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