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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이 수도권인 경기도까지 대거 진출한 후 8년 동안 지점을 늘려가면서 고객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14일 광주은행 광교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2023.8.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방분권 시대. 지역에는 지역에 맞는 맞춤형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인구와 경제활동 4분의 1을 책임지는 경기도에도 한때 도를 연고로 하는 지방은행 경기은행이 있었다. 자금 마련에 허덕이는 경기지역 중소기업에 낮은 장벽으로 대출을 해주고, 학자금에 부담을 느끼는 경기지역 대학생들에겐 넉넉한 상환기간을 제공했다.


지난 1997년 국내 은행이 총 33개로 과열된 경쟁에도 총자산 7조원을 넘기고, 장학회와 경제연구소를 세울 정도로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IMF 당시 직격탄을 맞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금융위기에도 살아남은 전국의 지방은행들은 이제 경기도를 공략하고 있다. 경기도에 금융센터와 3~4개 지점을 갖고 있을 만큼 성장한 상태다. 정작 경기도 은행의 경우 부활에 대한 여론과 움직임이 반복해서 등장했지만, 경기도와 관계 기관은 출자금 여력 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등 여러 행정·경제적 이유를 들며 번번이 무산됐다. 


광주·부산銀 등 도내 지점 성업
"지역 간판으로 세웠으니 믿음"
연고지 연계·수익 환원 마케팅


경기은행 전경(수원 인계동)1
사진은 경기은행이 있던 당시 수원시 인계동의 모습. 지금은 사라진 건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경인일보 아카이브


경기은행이 퇴출 25년 만에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 '5대 은행'이라 불리는 시중은행들의 과점을 깨기 위해 정부가 지방은행의 신규 인가 등을 추진하면서다. 규제라는 벽이 허물어지며 '절호'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여전히 지방은행에 대한 비관적 시선도 공존한다. 경인일보는 4차례에 걸쳐 경기은행의 필요성과 지방은행 현황, 추진 로드맵 등을 짚어본다.

"광주, 부산 이렇게 지역을 간판으로 세운 은행인데 설마 망하거나 큰 사고를 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믿고 써요."

14일 오전 9시 용인 수지에 위치한 광주은행 광교지점에서 만난 김모(60)씨는 30년 이상 일한 직장의 퇴직금 일부를 맡기며 이같이 말했다. 호남에 연고도 없는 그가 수많은 은행 중 지방은행을 택한 이유는 '신뢰'다. 예금 기준 최고 4.10~3.80% 수준으로 시중은행과 엇비슷한 금리에 자격과 우대 기준이 덜 까다로우면서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보다는 부실 우려가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수원의 번화가인 인계동에 위치한 부산은행 경기금융센터는 가계대출 창구가 가득 차있을 정도로 붐볐다. 대출 업무를 마친 박모(39)씨는 부산에서 경기도로 장기특파된 회사원이다. 경기도에 온 지 2년이 넘었다는 박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고, 부산에서 사회생활도 시작한 만큼, 어릴 적부터 이용한 부산은행을 관성적으로 찾는 것 같다. 일종의 의리 아닌가 싶다"며 방문 이유를 밝혔다.

정부 '5대은행 과점 깨기' 추진
'경기도 지방은행' 설립 목소리


이처럼 경기도민이 타 시도의 지방은행을 찾는 이유는 높은 혜택에 비해 갖는 안전성이다. 실제 지방은행들은 연고 지역과 연계된 상품을 출시하거나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며 지역과 상생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방은행들 입장에서 이 같은 장점에 고객 수요가 높지만, 도에 뿌리내린 지역 은행이 없다 보니 일종의 '노다지'인 셈이다.

현재 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이 자신의 지역을 넘어 수도권인 경기도까지 대거 진출한 상태다. 부산·경남·대구은행 4개, 광주은행 3개, 전북은행 2개 등 도에 지점을 꾸준히 넓히면서 몸집을 키워 시중은행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 표 참조·관련기사 3면([경기도에 경기도 은행이 필요하다·(1)] 지방은행의 경기도 습격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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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김동한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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