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승무원·이광욱 잠수사 등 봉안

중앙엔 세월호 모형·사고전 CCTV 영상
제자들과 찾은 교사 "잘 몰랐던 학생들도
일반인 희생자 사연 들으며 더 관심 가져"

"이맘때면 떠난 어머니 더 그리워져…"
"며칠 있다 온다던 아들…" 유족들 아픔
계속된 '사회적 참사' 위로·연대 구심점
"추모공간, 안전위협 인지 시각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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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유일한 사회적 참사 추모관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개관 8년동안 매년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찾는 공간으로,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다른 참사에 대한 기록·기억을 공유해가고 있다. 2024.4.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만인 2016년 4월16일 인천 부평구 승화원(인천가족공원)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문을 열었다. 정부가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설립한 첫 추모 공간이다.

■ 일반인 희생자들을 기리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는 세월호 탑승객과 선원 등 43명, 사고 직후 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민간 잠수사 2명 등 일반인 희생자 45명 중 44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일반인 희생자 중에는 여행을 떠난 가족, 환갑을 맞이한 동창생, 출장길에 오른 직장인 등 세월호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교사들을 구조하려다 탈출하지 못하고 끝내 숨진 승무원 박지영씨 등 의인이 안치된 곳이기도 하다.

추모관은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와 희생자 유품 등이 전시된 추모실, 일반인 희생자들의 봉안함이 있는 안치실로 나뉘어 있다.

추모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중앙에 있는 세월호 선체 모형이다. 세월호 도면을 토대로 원래 크기의 68분의1로 줄인 모형 내부엔 방문객들이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넣어둔 노란 리본이 가득하다.

벽면에 붙은 16개 CC(폐쇄회로)TV 화면은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날 때부터 침몰 7분 전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전거 전국 일주 마지막 여행지로 제주도를 정했던 동호회원의 자전거 헬멧, 제주도로 출장을 가던 직장인의 사원증, 가방에 넣고 꺼내 읽던 책 등 일반인 희생자들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춰 2016년 개관한 추모관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관 이듬해인 2017년 1만7천여 명에서 2018년과 2019년에는 2만2천여 명으로 방문객이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턴 방문객이 1만명대 밑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2만여 명을 회복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에서 만난 최우연(62·경기 화성)씨는 "인천에서 살다가 화성으로 이사했지만 매년 추모관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많은 시민이 추모관을 찾으려면 전시품이 많아지고, 문화 축제 등 다양한 행사도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매년 4월이 되면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르칩니다. 교실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것보다 학생들이 직접 추모관을 찾아가 보고 느끼는 게 좋을 것 같아 견학을 권유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구산중학교 역사문화체험동아리 제자들과 함께 추모관을 찾은 김웅호(50) 교사는 "학생들은 10년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세월호 참사' 하면 단원고 학생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학생들이 추모관에서 일반인 희생자 사연을 들으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 추모문화제 등 위로와 치유의 과정

추모관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거나 유가족을 위로하고 안전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추모관 앞에 노란 바람개비를 설치한 '노랑드레 언덕 설치 행사', '안전 문화 포스터 그리기 대회'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세월호 참사 8주기인 2022년부턴 시민들과 함께하는 추모문화제를 열어 각종 음악 공연, 글쓰기 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고(故) 신경순씨의 아들 김영주(49)씨는 "매년 이맘때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더욱 그립다"며 "4월16일을 앞둔 주말에는 슬픈 마음을 달래고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추모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만난 이지연(58·서울 강서구)씨는 "추모문화제에 참석하는 길에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도 알게 돼 방문하고 왔다"며 "희생자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추모관은 생존자 등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조명하기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에 사는 세월호 생존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그려낸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엔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이들을 수색한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그북' 상영회를 열었다.

"아들한테 '나 어디 좀 갔다 올게'라고 전화가 왔어요. 밥해 놓을 테니 집에 들르라고 하곤 부랴부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가 오더라구요. 시간이 없다고, 며칠만 있다 올 거니까 걱정 말라고…."

세월호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잠수사 고(故) 이광욱씨의 어머니 장순자(86·경기 남양주)씨는 "10년 전 일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이렇게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진도 팽목항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갔었단 건 나중에 알았다"며 "10년이 지나도 변한 건 없다. 죽은 아들을 생각하면 불쌍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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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 그 너머를 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등 이른바 '사회적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추모 공간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기능을 넘어 유가족과 생존자,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에 대한 위로와 치유, 그리고 사회적 참사를 막기 위한 연대 활동 등을 지원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유영주씨의 아버지 유형우(55·서울 중구)씨는 "국가가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는 건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추모 공간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추모식,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며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추모 공간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당시 참사를 잊지 않도록 환기하는 역할도 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인천위원회에서 활동한 사회적협동조합 인천자바르떼 이경옥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있다는 건 우리가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예민하게 인지하고 세월호의 기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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