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부진·체중감소 이어지기도
원인없이 소화기 증상 보인다면
감별진단 등 다른 접근방법 필요
'만성 장질환 중점' 탐구 해봐야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건강을 지키는 일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폭염시기에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대장염 발병이 빈발해져 점액성 설사를 주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이 많았다. 혹자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실내에서 편히 지내고 있다 하더라도 폭염은 견디기가 쉽지 않으니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른듯하다. 콧물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주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이 많아져 버린 것이다. 아마도 폭염을 피하기 위한 과도한 냉방 탓으로 이해된다.
구토와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은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동물병원을 찾는 질환이지만 여름은 특히나 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이 많은 시기이다. 아무래도 고온 다습한 환경이 음식물의 부패를 촉진하고 병원성 미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트레스성 대장염을 비롯하여 상한 음식물에 의한 식이성 장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한 장염들의 경우 대개는 급성으로 발병하여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발병 원인과 동물의 체력, 면역력 등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병의 심각도가 달라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 원인에 의해 발생한 장염의 경우 치료를 통해 발병 원인이 제거되면 대개는 완치가 되며, 차후에 재감염이 되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의 구토나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 없이 행복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인과관계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모든 소화기 질환이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구토나 설사를 반복하는 반려동물들이 존재한다. 특별하게 상한 먹거리를 먹거나 독성물질을 먹은 적도 없고 역학상 전염병에 감염될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토, 설사 혹은 변비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설령 정상적인 식욕을 보이며 잘 먹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소화,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점점 말라가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한번 나타나는 구토나 설사를 주 증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소화기 질환의 경우라면 철저하게 병력을 청취한 후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바이탈 체크 등을 통해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데 만약 그 상황이 범상치 않은 경우라면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고 치료에 임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기본적인 정성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증적으로 치료를 하고 예후를 관찰하게 된다.
그러나 보호자와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원인 없이 반려동물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보여온 경우라면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다양한 원인들이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세심하고 명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대략적으로 크게 분류해본다면 장의 민감도가 매우 증가한 상태인 만성적인 염증성 장질환, 소화기 임파종, 단백질 소실성 장질환, 임파구성-형질세포성 장염, 만성췌장염, 갑상선 질환, 기생충 감염, 원충 감염 등을 들을 수 있는데 이 질환들 중에서 만성 장질환을 중점적으로 탐구해보도록 하자.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