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다이빙 캐치 '가을의 기적' 시작
김주일 응원단장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극적 연승 PS 진출… 최다 관중수 경신
내년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 들어올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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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로 맞선 6회초 주자는 무사 1·2루. 롯데 자이언츠 타자는 방망이를 짧게 잡았다. 희생번트가 성공하면 주자 2·3루,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방망이에 맞는 타구는 투수 앞에 떨어질 듯했지만 투수 김민수가 몸을 날리며 글러브를 갖다 댔다. 귀루하지 못한 1·2루 주자도 아웃되면서 삼중살이 완성됐고, 기세를 탄 kt위즈는 5대 1로 승리했다. kt의 올해 142번째 경기였다.


그날 김민수의 다이빙 캐치가 올해 '가을의 기적'이 시작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kt는 정규리그 마지막 세 경기 중 한 경기만 패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지면 끝'인 상황이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마지막 2연전도 마법의 연속이었다. 1점 차로 뒤지던 첫 경기를 9회말 강백호의 극적인 동점 홈런과 12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잡았고, 마지막 경기는 6대 1로 뒤지다가 타자들의 집중력과 돌아온 에이스 고영표의 호투에 힘입어 10대 7로 역전승했다.

KBO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SSG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는 1대 3으로 뒤지다가 8회말 로하스의 3점 홈런으로 역전했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2021년 1위 결정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kt는 두 번 연속 순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음날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이 시작됐다. kt의 승리를 예상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2015년 시작된 WC에서 5위 팀이 승리한 적이 없었고, 올해 정규시즌 전적도 두산이 12승 4패로 월등하게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차전 선발 투수는 kt에 5승을 거둔 곽빈이었다. kt는 예상을 멋지게 뒤엎고 KBO 역사상 최초의 WC 업셋을 이뤄냈다. 그냥 승리도 아니고 2경기 18이닝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승리였다.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도 승리하며 가을의 기적을 이어갔지만,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야구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쓴 kt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kt의 활약을 소개한 한 유튜브 영상에 '2024시즌 최강팀은 기아 타이거즈였지만 최고의 팀은 kt위즈였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그게 바로 내 마음이었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에 처져 있다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올해도 6월30일까지 9위에 머물다가 준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시구를 했는데, 심우준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승리해 가슴이 벅차올랐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하자 야구 전문가들은 '올해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kt 선수들과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주일 응원단장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도 "안 된다고 못 한다고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를 외치며 팬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했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팬들은 kt가 부진할 때도 관중석을 메우며 목청껏 응원했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kt는 창단 이후 최다 관중(84만4천명)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선수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함께하며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kt위즈와 함께하며 리더 역할을 해 준 캡틴 박경수 선수에게도 감사드린다.

kt팀 응원가 중 '사랑한다 수원 kt wiz'를 가장 좋아하는데, '나의 사랑 kt wiz 수원의 자부심이 되어주세요'라는 가사가 있다. kt위즈는 수원의 자부심이자 수원의 자랑이 됐다. 겨우내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바란다. 내년에도 팬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하겠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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