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읽기에는 트렌드 등 개념 중요
특히 ‘초고령화’는 대표 메가트렌드
지속적 사회·경제 전반 영향 원인
장기 전망엔 위크시그널 등 활용도
국가 등 합리적·체계적인 대비 가능

얼마 전 업무차 방문한 부산 해운대는 금요일 오후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길을 걷다 보니 타로 집과 점집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깜짝 놀랐다. 해운대는 관광지이므로 사람들이 재미 삼아 가볍게 운세를 보거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점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내년의 운세를 보거나,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읽곤 한다. 서점에는 미래를 전망하는 책으로 넘쳐난다. 필자도 매년 미래 전망서를 몇 권씩 읽어보곤 하는데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책도 있지만 가십 수준의 예측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전망서는 현재와 내년에도 이어질 트렌드나 메가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더 궁금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 미래를 전망하여 미래 전략을 세우지만 잘못된 전망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올바른 미래 전망은 국가와 조직, 개인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바른 미래 전망은 어두운 밤길의 등불과 같다!
미래를 읽는 데 있어 트렌드와 메가 트렌드는 중요한 개념이다. 메가 트렌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래를 전망할 때 메가 트렌드를 잘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메가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로 초고령화 사회를 들 수 있다. 고령화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고 사회 구조와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반면 트렌드는 특정 시점이나 단기적인 유행으로 나타난다. 채식 열풍처럼 특정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일시적인 흐름으로 메가 트렌드만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래를 더 장기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 위크 시그널, 와일드 카드, 이머징 이슈라는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위크 시그널은 미래변화를 암시하는 초기 신호를 뜻하지만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기 어려운 신호이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기로 인터넷은 초연결 시대를 예고하는 위크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오늘날 인터넷은 필수 기술이 되었지만 당시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는 대부분 사람에게 불확실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인터넷의 미래를 내다보았던 네이버나 다음은 굴지의 회사로 클 수 있었다. 위크 시그널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모든 신호가 메가 트렌드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메가 트렌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신호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와일드 카드는 폭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나타낸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나고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이점에서 와일드 카드는 블랙스완과 유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은 대표적인 와일드 카드 사례이다. 사스와 메르스 이후 과학자들이 대규모 전염병 발생을 경고했지만 우리는 코로나19가 가져올 전 세계적인 충격과 파괴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대비하지는 못했다.
이머징 이슈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점차 중요성이 부각되어 메가 트렌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주제를 말한다. 이는 위크 시그널보다는 명확하지만 초기 신호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보통 전문가 집단이나 선견지명이 있는 소수의 사람이 이를 주목하며 시간이 지나면 이머징 이슈는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심 이슈로 자리 잡는다.
위크 시그널, 와일드 카드, 이머징 이슈는 모두 미래를 읽는 중요한 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면 개인, 사회, 국가가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점을 보거나 라스푸틴과 같은 신비주의적 인물에게 기대기보다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미래 신호를 읽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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