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방식에 머물러있는 道 정책

직무 개발·산업 다각화엔 소극적

조례 명시된 책무 성실히 이행하고

적성·능력 고려한 일자리 창출해야

새로운 정책의 기준·모범 세우길

지미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지미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어렸을 적 학교에서 불우이웃 성금을 모았던 기억이 난다. 어린 손으로 모은 성금이 모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야 그 돈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단계부터 깊은 고민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복지의 본질은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립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로 등록 장애인이 58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장애인의 22.3%를 차지하며 경기도가 장애인 자립을 돕는 일자리 정책을 선도적으로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도 정책이 이런 기대를 충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과거 공공부문에서 일정 부분 일자리를 할당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장애인의 재능과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까지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여전히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 일자리 예산의 대부분이 공모사업이나 보조기기 관리사 운영 같은 단순한 사업에 소모되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 개발과 산업 다각화에는 소극적이다. 특히 장애인 전문인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택시기사 양성’이나 ‘장애인식 개선 강사 육성’ 같은 사업은 고용의 양적 확대에만 초점을 맞췄을뿐 질적 혁신은 부족하다.

미국, 독일,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 경기도 정책의 한계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프로젝트 서치는 장애 청소년에게 직업 훈련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상당수가 고용으로 연결된다. 독일의 레벤스벨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사회적 통합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 제조와 창작 같은 특정 산업에 집중하여 장애인의 직업 안정성과 경력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를 발굴하고 이를 시장으로 확산시킬 책임이 있음에도 조례에 따라 해야 하는 일들마저도 손을 놓고 있다. 관련 조례인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장애인 고용촉진·직업재활 지원 조례’에서 명시된 장애인 고용촉진,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재활 조치 등의 책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의 적성과 재능을 반영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경기도의 안일한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김동연 지사의 대표 정책인 ‘장애인 기회소득’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실질적인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보다 도민의 혈세로 성과가 불분명한 ‘장애인 기회소득’ 사업에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그리고 도내 58만 장애인 중 단 1만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것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이 1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직무 고도화에 사용되었다면 더 많은 장애인이 혜택을 누리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도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조례에서 명시된 책무부터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고용의 숫자를 늘리려는 보여주기식 일자리 제공 정책은 지양하고, 장애인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고용 환경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장애인 적합 직무를 발굴하는 연구와 직업 훈련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경기도가 이 사실을 기억하고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기준과 모범을 세우길 기대해 본다.

/지미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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