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에 든 버릇을 고치기에는

다양한 심리적 방어기제통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때문에

여든까지도 바꿀 수가 없는 것

오늘 긍정 방향 변화땐 진심 응원을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오늘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한 번 생긴 습관은 죽을 때까지 바꾸기 어렵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물론 좋은 습관이라면 변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나쁜 습관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이렇게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변화하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은 인간이 왜 변하기 어려운 지에 대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무의식의 방어기제를 통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무의식이 존재하고 세상을 살면서 겪게 되는 불안에 의해서 생이 잠식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때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방어기제가 등장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여러 종류가 있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우선,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합리화’를 들 수 있는데 이 방어기제가 잘 드러나는 유명한 우화가 있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이다. 어느 날 여우가 길을 가는데 맛있어 보이는 포도가 열려 있었다. 그런데 이 포도가 너무 높은 가지에 붙어 있어서 여우가 아무리 뛰어도 그 포도를 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여우가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나십니까?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을까? 아니다. 여우는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어차피 맛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속 편하게 가던 길을 갔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다시 모든 것을 정상화하고 마음이 편안하던 자리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은 결국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가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어려운 시험을 보고 난 후의 학생의 태도를 생각해보자. A학생은 시험을 보고 교실을 나가면서 “내가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탓하는데, B학생은 “선생님이 문제야. 너무 어렵게 문제가 나왔어”라며 출제자를 탓한다. 전자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인생에서 변화를 과감하게 가져올 수 있고, 후자는 마음은 편하지만 인생에서의 변화를 갖기는 힘들다. 이것이 합리화의 딜레마이다.

이외에도 프로이트가 언급한 방어기제에는 ‘투사’가 있다. 영어로 projection으로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덮어 씌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길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피해자가 먼저 자신을 노려보았고 공격하려 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깊은 어두운 욕망이 오히려 타인에게서 발현된 것이라고 말하거나 혹은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가 먼저 나를 유혹했다고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투사는 인간관계에서 흔히 일어나게 되고 실제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강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조 단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 거대한 사교육 시장에는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수많은 부모의 마음이 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고 내 아이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보고 이러한 생각에 심취할수록 투사는 강해진다. 적당한 투사는 건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선을 넘는 투사는 인간관계를 오히려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방어기제에는 ‘반동형성’이 있다. 이는 자신의 마음과 정반대의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위험한 생각이거나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표현일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예로는 TV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가장 사이가 나쁘고 정말 앙숙인 패널들이 막상 토론이 끝나면 가장 먼저 다가가서 악수를 하고 친한 ‘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항상 이 장면을 실제 토론보다 즐겨보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이렇게 토론을 마무리해야만 그들의 증오와 혐오를 감추고 예전처럼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살에 든 버릇을 고치기에는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통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여든까지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나 또한 노력하고 있지만 만약에 독자들 중에서 이 모든 방어기제를 이겨내고 오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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