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주한 중국대사 환담
尹 담화 악화 위기… 中, 협력 선택
인천 찾은 다이대사 우호관계 강조
지역행사 첫 방문 ‘중요한 곳’ 인식
전문가 “물류 교류 등 활성 가능성”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다이 빙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9일 환담을 가졌다. 한중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되고, 인천이 양국 지방정부 교류 거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국과 중국 관계는 지난해부터 나아질 기미를 보였다. 미국 대선으로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이 확정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이 군사력을 지원하는 등 북·중·러 공조에 균열이 가면서 중국이 동아시아 내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중 수교 이래 처음으로 한국을 ‘비자 면제 대상 국가’에 포함한 것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 사건’을 거론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 담화 다음 날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고 대응했다. 당시 6개월가량 공석이었던 주한 중국대사 임명도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해를 넘기지 않고 다이 빙 신임 대사를 임명하며 갈등 대신 협력을 택했다.

다이 대사는 양국의 협력과 우호 관계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 기념 리셉션에서 다이 대사는 “중한 국민 우호 감정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양국이 지방, 민간, 청년, 문화 교류를 강화해 우호 관계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9일) 다이 대사가 유정복 인천시장과 만남을 갖고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에서 열린 행사(부임 환영식 및 재한 화교 신춘 연회)를 찾은 것은 양국 교류에 있어 인천이 중요한 곳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 대사는 부임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오영훈 제주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 한국의 광역단체장과 만남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직접 참여한 것은 인천이 처음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다이 대사는 행사장에서 인천에서 활동하는 재한 중국인들, 화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양국 간 민간·지역 차원에서 교류를 확대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인천은 한중 양국의 교류 거점 역할을 해왔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12월 양국 최초로 인천과 톈진시가 우호 결연을 체결한 이후 인천은 중국 12개 지방정부와 자매·우호 관계를 맺었다. 인천은 국내 17개 광역지자체 중 중국 도시와 결연을 가장 많이 맺은 도시이기도 하다. 다이 대사 부임을 기점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인천경제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안치영 인천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면세점과 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인천과 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중국의 현재 행보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변수도 많아 한중 관계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