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40% OECD 회원국 중 최고

법정 정년·연금 개시 연령 격차도 ‘유일’

2032년까지 퇴직공무원 10만명 ‘어려움’

정년 연장·임금피크제 정부 먼저 나서야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평범한 서민들의 이야기지만 휴지 없인 못 본다는 이들이 많다. 무척 수고하셨다는 뜻의 제목처럼, 극 중 주인공들이 현대사를 관통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동시대 사람에겐 공감과 위로를, 자녀 세대에게는 부모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드라마 결말과는 별개로 마냥 그동안 수고했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초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 노후 대비에 걱정이 많은 세대도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며, 노인의 소득 공백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은퇴 후의 인생이 기대가 아닌 걱정인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인생 2막의 시작이라는 정년퇴직은 사실 강제로 은퇴시키는 제도이다. 과거 정년퇴직 제도의 배경이 됐던 평균 수명, 공적연금 개시 연령, 인력 공급 상황 등은 모두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은퇴 시기나 연금 수령 개시는 과거에 머물러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년 연장과 공적연금에 대한 논의에도 불이 붙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법정 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이 일치하지 않아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OECD의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도 한국의 법정 정년이 60세로 설정된 것을 지적하며, 정년 연장을 권고한 바 있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간 격차로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추진할 것과 이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공직사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퇴직공무원의 노후 소득 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한 공무원연금제도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정을 받아들였고, 정부는 소득 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의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2022년 퇴직자 61세를 시작으로 오는 2033년 이후 퇴직자 65세로 단계적 연장됐지만, 소득 공백 해소 방안 마련의 약속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2천400여 명이 실제로 소득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으로 오는 2032년까지 무려 10만여 명의 퇴직공무원이 소득 공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퇴직공무원과 그 가족의 생활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감으로 국가와 국민,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사용자로서 공무원들의 헌신이 퇴색되지 않고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방안을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구절벽의 현실 속에 법정 정년 연장과 공무원 정년 연장 논의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야 한다. 공직사회가 선도적으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실효적 운용을 위한 조직·인사 관련 법령을 개선해 민간 영역까지 확대되도록 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간 부분의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더불어 연금 외에 소득 보장에 대한 일자리 확충 논의도 시급하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 수준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추가 소득원이 요구된다. 공공 주도의 고령자 일자리 확충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당신의 노후를 보장해드립니다’. 국민연금의 초기 홍보 문구이다. 수십 년간 ‘무척 수고한’ 누군가에겐 공적연금이 유일한 노후 대비일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공적 연금제도가 본래 목적인 노후 소득 보장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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