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학살 이승만 독재 몰아내고
유신체제·전두환 군사정권 무너뜨려
김대중 정권 수평적 정권교체 ‘새싹’
4월4일 파면 선고, 또한번 무혈혁명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모진 겨울 추위에 시달리던 산야의 초목들, 봄기운이 돌자 붉고 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개하였으니 진정 봄은 오고 말았다. 만화방창하는 4월 온갖 꽃이 활짝 열리자 자연의 봄만이 아니라 인간의 봄도 기어이 오고 말았다. 지난 4월4일 오전 11시23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민주주의가 부활하는 승리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K-민주주의의 호칭에 전혀 하자가 없을 새시대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떠들어대지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몇 개나 있는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국가가 세계 도처에 있으며, 심지어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참다운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요즘 미국만 보아도 그게 어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훌륭한 민주주의 역사를 이룩해냈다. 북진통일을 외치며 자신의 반대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만 감행했던 이승만 독재도 국민의 힘으로 몰아낼 수 있었다. 동굴에 갇혀 있던 민주주의를 4·19혁명으로 다시 부활시켰으니, 거기에서 K-민주주의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총칼로 무너뜨린 박정희 쿠데타로 다시 어두운 동굴에 갇히기 18년, 우리는 또 싸우고 싸워 유신체제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빛을 발하기도 전에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로 다시 동굴에 갇히기 7년, 5·18민중항쟁과 6·10항쟁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며 새정부를 세웠지만 그 때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5·18과 6·10은 끝내 김대중 정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되면서 이른바 K-민주주의의 새로운 싹이 돋아났었다. 민주주의는 쉽게 튼튼하게 자리잡기 쉽지 않아, 이명박·박근혜의 가짜 민주주의가 또 판을 치자, 우리 국민들은 다시 일어나 박근혜를 파면시켜 민주주의를 살려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피로 자란다는 민주주의, K-민주주의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현직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위대한 무혈혁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K-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번 4월4일의 파면선고, 이제는 영원한 민주주의의 국가를 세울 또 한번의 무혈 혁명을 이룩했으니, 이 어찌 K-민주주의라고 이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너져도 다시 일으키는 한국의 민주주의, 이런 나라를 세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래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K-민주주의인 것이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민주주의의 선진국가로 세계적인 칭송을 받아 다시는 쿠데타나 반란의 역사는 없어야 했지만, 이번 또 한차례의 대통령 파면은 세계를 더 놀라게 하는 K-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서는 기회를 얻었다.
뜬금없는 비상계엄선포로 독재국가로 급전직하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능력을 축적한 깨어있는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해 냈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훌륭한 나라가 아닌가. 사악하고 비겁한 독재자를 파면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모든 인류가 선망하는 K-민주주의, 오는 6월3일 올바른 선거로 새로운 정부를 세울 수 있다면, 그때는 정말 확고한 K-민주주의 국가가 탄생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해내고 말 것이다. 광장을 찬란하게 밝혔던 그 응원봉의 위대한 빛, 한남동 아스팔트 위에서 눈보라를 이기며 밤을 새우던 그 뜨거운 애국심, 남태령 대첩에서 시민의 힘으로 저지선을 뚫었던 그 무서운 힘, 그런 모든 것은 반드시 K-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K-민주주의는 가능하다. 어떤 무도한 권력도 결코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어떤 불의가 민주주의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5천년 전 ‘서경’에는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해야만 나라가 안녕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라 했다.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인데, 백성을 이길 어떤 독재자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언어 그대로 나라의 주인 노릇에 충실했다. 그래서 K-민주주의는 세계에서도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뚝 서게 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제는 선거로 K-민주주의를 완성하자.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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