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택배대리점 상대로 임금 관련 쟁의행위를 하다 업무에 복귀한 택배기사들이 자신의 택배구역(일감)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택배노조는 기사들의 일터 여건을 악화시킨 ‘클렌징’(구역 회수)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쿠팡을 향해 국회·시민사회와 약속한 상생협약을 지킬 것을 재차 촉구했다.
17일 택배노조 등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 14일 일산 PJ대리점의 4개 구역에 대한 공개 입찰을 내부 시스템에 올렸다. 해당 구역은 지난달 대리점을 상대로 임금교섭 관련 쟁의행위를 한 택배노조 쿠팡 일산지회 PJ분회 조합원들의 구역이다. 만약 입찰을 다른 대리점이 따낼 경우 해당 구역에서 일하던 기사들은 일감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위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한 뒤 현장에 복귀해 성실하게 배송 업무에 임했음에도 조합원들의 구역을 일방적으로 뺏으려 한다”며 “쿠팡이 국회 청문회와 상생협약을 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국회와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국회 주도의 상생협약에서 삭제된 계약서상의 클렌징 조항이 다른 형태로 남아 적용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당시 쿠팡CLS는 클렌징을 삭제하는 대신, ‘배송인력 미확보에 따른 지속적인 배송 차질 등’의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뒀다. 노조는 다른 택배회사들의 사례에 비춰 합법적 쟁의행위로 인한 수행률 하락을 구역 회수의 근거로 쓴 경우는 없다며 상생협약의 약속을 철저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
쿠팡CLS는 기본적으로 위수탁 계약의 주체는 대리점과 택배기사란 점을 전제하며, 삭제된 클렌징 조항을 적용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팡CLS측은 “장기간 배송 차질이 있어 고객 피해 발생 우려가 지속되는 경우 개선을 요청하고 있으며, 해당 위탁업체(PJ대리점)의 경우에도 동일한 사유로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