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경계 허문 두 소년 이야기

어린 독자에 존중·배려 등 새 세상 선봬

■ 윌리가 보는 세상┃두완린 지음. 스푼북 펴냄. 48쪽. 1만5천원

“난 매일 느낄 수 있어, 차고 넘치는 사랑을.” (35쪽)

눈이 보이지 않는 조금은 ‘특별한’ 친구 윌리. 주인공인 소년 애비와 윌리가 서로의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윌리. 소리, 냄새 그리고 촉각까지 따뜻한 감수성을 지닌 윌리의 세상은 때로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듯하다. 그런 윌리의 모습을 애비는 이렇게 표현한다.

‘가끔 보면 윌리는 마법사 같기도 해요. 눈을 감고도 세상 무엇이든 볼 수 있는 마법사 말이에요. 눈썹 사이를 잔뜩 찌푸린 채 무언가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고 손으로 만질 때, 바로 윌리의 마법이 펼쳐지는거죠.’ (14쪽)

어색한 첫 만남 후 애비는 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점차 가까워진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맞닿아있는 두 소년의 이야기는 책을 접한 어린 독자들에게 ‘존중’과 ‘배려’라는 가치를 일깨우고 성인에게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적인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생각해 보게 한다.

사실 어린 독자들에게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가치는 다소 낯설게 비쳐질 수 있다. 이런 거대 담론을 어린 독자들의 시선에서 풀어가기 위해 작가는 파스텔톤의 그림체로 따뜻한 감성을 담았다.

책 전반에서 등장하는 색채 대비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작가는 어두운 세상을 포근하게 바라보는 윌리의 따뜻한 세계를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각각 표현해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음으로 읽어내는 윌리의 모습은 일상에서 잊고 지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경험도 선사한다. 무심하게 넘겨버렸던 일상 속 사소한 배려를 새삼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이다.

한편 책은 타이완 신이어린이문학상 창작 그림책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