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틀을 깨고 결을 살린다
‘주류 과정’에 갈증 느낀 학생들 선택
중졸 이상 가능… 23명 입학·교사 11명
‘시험·성적’ 없지만 평가·기록은 진행
장소은양 “주도적 프로그램 많아 좋다”
내신등급 없어 대학 입시에 제약은 따라
일반 고교 교실의 2~3배 ‘팀별 독립공간’
주제중심·문예선택교과·프로젝트 수업
김종해 교감 “ADS 지정땐 기회 확대”

“팀 프로젝트 방식 수업이 어려운 점도 있는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아요.”
장소은(15)양은 지난 3월 결마루미래학교에 입학했다. 장양이 학교에 다닌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처음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장양이 결마루미래학교 입학을 결정한 것은 이 학교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결마루미래학교는 올해 3월에 개교한 대안형 공립학교다.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김종해 교감은 “여러 대안학교가 있지만, 결마루미래학교는 주류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과 갈증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라고 설명했다.
결마루미래학교는 해밀학교에서 전환개교한 학교다. 해밀학교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등을 위한 ‘생활 대안’의 측면이 강했다면, 결마루미래학교는 ‘교육 대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교에 다니면서 정해진 일과대로 생활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장양도 결마루미래학교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장양은 “정해진 내용을 암기하고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결마루미래학교 입학 대상은 중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학생들이다. 장양은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입학을 할 수 있고,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입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1학년 23명이 입학했는데, 나이는 15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하다.

결마루미래학교라는 이름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았다. 학생들이 가진 고유 개성과 특성, 능력 등을 ‘결’이라고 표현했다. 결마루미래학교는 자신의 ‘결’을 찾고, ‘우리’와 ‘세상’의 결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의 결’은 타인에 대한 존중, 책임감 등을, ‘세상의 결’은 ‘세계시민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지향하는 점을 구현하기 위해 결마루미래학교는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학생 수 대비 많은 교사가 배치됐다. 결마루미래학교는 학생이 23명이며, 교사는 11명이다. 2대1에 가까운 수준이다. 3학년까지 정원이 모두 채워져도 교사 1인당 학생은 5명 안팎으로 유지된다.
타 학교와 구별되는 점 중 하나는 ‘시험’과 ‘성적’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 과정을 평가·기록하지만 순위를 매기진 않는다.
내신등급이 없기 때문에 대학 입시 과정에서 제약이 따른다. 김종해 교감은 “입학 전 설명회를 할 때에도 이 부분을 설명했다”며 “시험이 없지만,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진행된다. 숫자로 하는 평가가 아니라 각 학생들의 활동을 기술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향점이 다른 만큼 교육하는 공간인 교실, 교육 내용인 수업도 달랐다.
교실 규모는 일반적인 고등학교 교실의 2~3배에 달한다. 각 교실 내부에 팀별 활동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수업과 조별 활동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미술 등 주제별 학습스튜디오를 마련하는 등 각각의 교육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결마루미래학교 수업은 ‘주제중심교과’ ‘문화예술선택교과’, ‘학생주도 프로젝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주제중심교과는 국어, 사회 등의 과목이 포함된다. 과목 이름은 같지만 수업 내용은 다르다.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고, 발표를 하면서 서로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엔 ‘산불’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이 신문기사 등을 토대로 산불의 원인과 예방 대책 등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수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문화예술선택교과는 ‘바리스타’, ‘검도’, ‘테니스’, ‘통기타’, ‘캘리그래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1주일 동안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주제는 ‘시각장애인 패스트푸드점 이용하기’였다. 최근 키오스크가 확산하면서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해 학생들은 각각 현 상황을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표상오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수업 내용과 학생 활동은 ‘성장기록부’에 기록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학생들의 기록이 쌓이면서, 변화를 확인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마루미래학교는 다양한 대외교류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ADS(Apple Distinguished Shool)다. ADS는 미국 기업인 애플이 맥북이나 아이패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학교를 인증하는 제도다. 지정된 학교는 ADS 인증 받은 학교들 간 교류·협력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김종해 교감은 “애플 프로그램이 학생 생활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장점이 있다”며 “1년 이상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지정되진 않았으나, ADS 학교로 지정되면 학생들은 사고와 경험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마루미래학교는 이 외에도 올해 중에 해외 교류·체험 활동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3월엔 강화도에서 현장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활동으로 강화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학생들 스스로 기획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강화도 현장체험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김종해 교감은 “결마루미래학교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했다. 그는 “틀에 맞춘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가진 것을 살려주기 위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지만, 주류 교육과정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한국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학생 자신의 ‘결’을 찾으면 살아갈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