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자기로 옮겨져… 인천가족공원 호국봉안담에 7인 우선 안치

‘무연고 사망자’로 쓸쓸히 잊힐 뻔한 국가유공자들의 유해가 인천가족공원 호국봉안담에 안치됐다.
고(故) 윤한복, 정명기, 김홍준, 박성학, 권재봉, 박차순, 배구용 등 7명의 국가유공자 유해가 22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호국봉안담에 모셔졌다. 무연고 번호와 이름 등만 적힌 초라한 나무 봉안함에 있던 유해는 ‘국가유공자’가 적힌 자기 봉안함에 담겼다.
참전유공자로 뒤늦게 밝혀진 이들의 유해는 오랜 기간 유족 등 찾는 이가 없어 인천가족공원에 임시 안치돼 있었다. 안치 기간인 10년을 채운 무연고 유해는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찾았더라도 가족이 인수를 거부한다면 산골(화장한 유해를 산이나 바다에 뿌림) 처리된다.
다행히 지난 2023년 국가유공자 후손 등이 모인 단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찾는 사람들’ 의뢰로 인천보훈지청이 무연고자 유해 중 유공자 48명을 찾아냈다. 이들 중 일부는 유가족과 연락이 닿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장됐다. 국가보훈부는 남은 27명을 대상으로 유공자별 자격 요건을 확인해 유해를 하나둘 국립묘지에 안치했다. (4월14일자 6면 보도)
그러나 생전 전과 기록 등으로 인해 13명이 끝내 국립묘지로 가지 못하자, 인천시가 최근 인천가족공원 호국봉안담에 이들을 안치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7명의 유해가 이날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먼저 옮겨진 것이다.
인천에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부귀후원회, 인천가족공원사업단,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찾는 사람들 등 관계자들은 안장에 앞서 헌화와 묵념으로 이들을 예우하며 조촐한 장례를 치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인천시의회 석정규(민·계양구3) 의원은 “생전 이분들이 어떤 삶을 살았든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만큼의 보답은 해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분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각 지자체는 무연고 시신을 처리하기 전 사망자가 국가유공자인지 여부를 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장사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됐다.
강영환(46)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찾는 사람들 대표는 “법 시행 이전부터 인천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서 무연고 국가유공자를 발굴하고 안장을 지원했다”면서 “다만 안치 기간이 최장 30년인 만큼 관련 조례를 개정해 무기한으로 안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