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보관·동시 열람 이점 많지만
시스템 구축 늦어지며 내년 전망
정보보안 강화·현실적 어려움 등
올해 상반기 도입 예정이었던 ‘형사전자소송 제도’ 시행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 전자화는 재판 지연 등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방책 중 하나인데, 시스템 구축 등이 지연되면서 이르면 내년에나 도입될 전망이다.
전자소송은 법원의 전자소송시스템을 운영해 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증거나 수사 기록 등도 종이가 아닌 전자문서로 사용할 수 있다. 2010년 특허소송에 처음 도입된 후 민사소송, 행정소송까지 확대됐다.
다만 형사사건에는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아 변호인 등이 직접 수사기관에 찾아가 수백장에서 많게는 수천장에 달하는 증거와 수사 기록을 종이문서로 일일이 열람·등사해야 했다. 원본이 하나밖에 없어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동시에 기록을 볼 수도 없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올해 6월부터 형사사건에도 단계적으로 전자소송이 도입될 길이 열렸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 “올해 도입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현재는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하는 데만 며칠씩 걸리고, 많은 양의 문서를 사무실로 옮겨 확인하는 것도 불편함이 크다”면서 “그런데 법원, 검찰 쪽에서도 올해 (전자소송)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송 제도는 재판 지연 등 국민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지법 한 국선전담변호사는 “기록이 많으면 열람에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신속한 재판이 열리지 못하면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불편을 겪는다”고 했다.
이처럼 형사사건 전자소송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관련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행정소송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형사소송 특성상 강화된 보안 장치가 필요하다. 보안이 취약하면 수사 기록이 무분별하게 복제되거나 유통되는 등 오남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전자화·원격화·비대면화 된 소송 시스템 도입은 불가피해졌다”면서도 “안정된 시스템 구축과 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점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자화되지 않은 판결문의 열람 등 어렵지 않은 범위에서부터 전자화를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