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의 한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복도 중간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자리를 새로 지정받았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어 신체에 부담이 덜 가는 업무로 대체해달라고 시설에 요청한 뒤 복도 휠체어와 보행기구가 놓인 주변으로 자리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신체 부담 업무를 참다 선천적 질병 때문에 요청해 돌아온 답이 다른 복무요원들과의 차별 대우였다”며 “‘신체·정신적 특성을 고려해 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복무규정이 있음에도 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회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1년째를 맞은 가운데, 복무 현장에서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무기관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이다. 현역 병사뿐 아니라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이 근무하는 시설과 기관 등에서 괴롭힘·업무과중 사례가 이어지자 법 개정 요구가 일었고 이 같은 내용이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라 복무기관의 장 또는 소속 직원이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사회복무요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가할 경우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민원인과 이용자에 의한 괴롭힘’이 보호 범위에서 빠진 점 등을 들어 제도 빈틈을 메우기 위한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대전지역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 B씨는 지난해 말 근무 중 성추행 피해를 당했으나, 가해자가 용역업체에 속했단 이유로 병영당국으로부터 괴롭힘이 아니란 판단을 받아야 했다.
이미소 노무사는 “복무기관 변경이 어려운 사회복무요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괴롭힘 보호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면서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인정 요건에 ‘반복성’, ‘지속성’을 두고 있는데,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 어느 법에도 두지 않는 근거인 만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아울러 병역법 및 병역법 시행령에 근무 장소 재지정 사유로 괴롭힘 명시, 복무지도관의 전문성, 독립성 확보와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위원장 하은성 노무사)은 오는 30일 3회째를 맞는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지난 27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복무여건 개선을 요구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