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구리시선관위 선거주무관
김재규 구리시선관위 선거주무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정책과 공약이 부재한 선거의 단면을 희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주인공 애순이 어촌계장 선거 후보자로 출마하자 또 다른 후보자 상길은 애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다. 마을 주민들에게 고기나 국수를 사주면서 애순이 어린 나이에 딸 금명을 출산한 것이나 아들 은명이 사고뭉치인 것을 비방한다. 한 주민이 “선장은 본연의 공약은 없는가”라고 묻지만 상길은 아랑곳하지 않고 애순에 대한 비방에만 몰두한다. 그러던 중 애순은 상길이 외도하는 현장을 덮쳤고 그 사실이 마을에 알려져 결국 그녀가 당선된다. 주민들은 애순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길을 지지하거나, 상길의 바람을 가십거리 삼아 떠들기만 할뿐 그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처럼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정책과 공약을 외면하고 후보자의 사생활 등에 더 관심을 가진다면 선거의 흐름은 정책경쟁과 멀어진 채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정책선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의 공약을 보기 쉽게 정리하여 게시하는 ‘정책공약마당’사이트(policy.nec.go.kr)를 운영, 방송매체를 통한 정책선거 캠페인 등 다양한 정책선거 콘텐츠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는 이번 대선 관련 다양하고 자세한 선거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유권자의 실제 투표가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면밀한 탐색에 근거해 이루어진다면 정당과 후보자들도 현실성 없는 정책이나 보여주기식 공약이 아닌 내실 있고 구체적인 공약을 마련할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수고 많으셨다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건전한 정책과 현실적인 공약을 바탕으로 정책선거 분위기를 함께 조성해 나갈 때,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서로에게 ‘폭싹 속았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정책선거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규 구리시선관위 선거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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