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 생존마저 위협 가능

영국은 국가 나서 ‘외로움부’ 신설

홀로 살며 가장 경계할 것 우울감

사회복지 기준 4인 가족에 맞춰져

1인 가구 품지 않으면 더 큰 비용

안영미 서정대 글로벌융합복지과 교수
안영미 서정대 글로벌융합복지과 교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종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인류의 조상이 된 건 사회적 관계가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개개인의 약점을 조직적 협업을 통해 보완하는 사회적 관계망 구축이 인류 생존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이런 생존전략은 유구한 역사를 거치는 동안 가족이란 혈연 공동체에서 가장 잘 구현되고 보전돼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가족이 보존되기 어려운 환경으로 흐르며 가족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적인 예가 가족해체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다. 1인 가구는 과거 노년층에 국한되던 것이 중장년, 이제는 청년층으로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통계청 조사로는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0가구 중 3~4가구가 1인 가구라는 얘기다. 이를 반증하듯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횰로족(나홀로 YOLO족)’과 같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

이런 말들이 풍기는 뉘앙스는 당당함이나 자립심 등 긍정적이기보다 외로움과 고독, 은둔 등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무리에서 떨어져 고립돼 사는 존재로 여겨 생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본능 때문일지 모른다.

사회적 고립이나 은둔은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가는 지름길이며 나아가서는 경제적, 심리적 문제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엔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일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2018년 내각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가 신설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사회 붕괴를 막을 ‘연결된 사회’를 구하고자 국가가 나선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이른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가족 없이 홀로 살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 중에 가장 경계해야 할 증상이 우울감이다. 우울감은 누구나 겪는 심리적 현상이지만 대다수가 가벼운 감기 증상처럼 이겨낸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1인 가구의 경우에는 우울감이 깊어져 우울증을 앓다가 간혹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호모사피엔스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나 그러지 못해 점차 사회에서 도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1인 가구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소멸 위험이 큰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방관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연결된 사회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도 손을 봐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지원 기준이 4인 가족에 맞춰 있다 보니 1인 가구는 자연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1인 가구의 주거비를 줄여주기 위해 싱글룸 거주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추세다. 혼자서도 기본적인 주거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부담가능 주택 프로그램’이나 ‘빈집 지역보조금 프로그램’ 등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안정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이 제정된 것도 어찌 보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시야를 살짝 넓혀 사회 공동체를 보전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할 듯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 1인 가구를 품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1인 가구를 고립시키지 않고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힘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우리 개개인이 사회적 지지가 돼주고 함께 살아가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조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향해 서로서로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인간은 생존할 수 있다.

/안영미 서정대 글로벌융합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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