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지역 5인 미만 의료기관 노동자 가운데 약 70%는 유급휴가(연차)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노동절(5월1일)을 하루 앞둔 30일 인천 부평구 인천시간호조무사회 사무실에서 ‘인천지역 병·의원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병원, 의원, 한의원 등 인천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중 126명이 이 조사에 참여했다. ‘간호조무사’(56.3%)가 가장 많았고, 이어 ‘원무 등 일반직’(13.5%), ‘치위생사’(12.7%), ‘물리치료사(4.0%)’ 등 순이다.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의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인 미만 병·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 41명 중 30명(73%)은 ‘연차 휴가가 없다’고 답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연차 휴가, 휴업수당 등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간호조무사 백모(59)씨는 “동료에게 과도한 업무가 가해질 것을 알아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며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제공되는 돌봄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다수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노동자가 휴가를 쓰기 위해 지인 등 대체 근무자를 구해 자신의 하루치 급여를 지급하는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며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25.4%(32명)는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작성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명세서를 지급받지 못한 이들도 14.3%(18명)이나 됐다.
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보건의료노조 노동기본권 교섭 요구안’을 마련했다.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장은 “노조 설립조차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인천지역 사업장(의료기관) 전체를 묶는 노조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