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추격’ CJ·한진 잇따라 도입
국회 ‘휴식권 청원’ 5만명 가까이
“충원 없어… 2~3주에 하루 쉬어”

택배업계가 너도나도 ‘주 7일’ 배송 시행에 뛰어들며 경쟁이 과열되자, 택배 노동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은 더딘 채 소비자 편의를 위한 업무만 과도해졌다는 불만인데, 국회 청원도 5만명에 근접하는 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올라온 ‘택배 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및 과로사 방지 대책 촉구에 관한 청원’이 이날 오후 5시 기준 4만5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에서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스스로 현직 택배 기사라고 설명한 청원인 박모씨는 “주요 택배 회사들이 주 7일 배송제를 시행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과로와 휴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주 6일 동안 뼈 빠지게 일하며 단 하루 쉬는 날만 기다리는 우리의 삶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한진도 지난 27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쿠팡이 평일·주말 구분 없이 익일 배송을 추구하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요 택배업체들도 뒤따라간 셈이다.
지난해 기준 물동량 1위는 쿠팡이며 2위, 3위가 각각 CJ대한통운과 한진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최근 주 7일 배송에 뛰어든 업체들이 아직 추가 인력 수급과 근무제 개편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해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졌다는 점이다.
청원인 역시 “주 7일 배송제가 도입됐지만,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추가 인력 충원이나 명확한 대책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집하와 배송을 겸하는 기사들은 번갈아 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2~3주에 한 번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8년간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택배 업체와 노동자 간의 협의 없는 주 7일제 배송은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쿠팡의 로켓배송 등장으로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주 7일 배송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경영자들이 현재 높아진 노동 강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파업 등 부정적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