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A씨가 사고를 당했던 인천항 갑문 작업 장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서
지난 2020년 A씨가 사고를 당했던 인천항 갑문 작업 장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서

인천항 갑문 공사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 법인과 최준욱(58) 전 사장이 파기환송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이정민) 심리로 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과 인천항만공사 법인 측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고려해 달라”며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법의 정도가 극히 미약하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전 사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지난 대법원 판결이 근로자 안전보호에 힘쓰라는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대표로 법정에 나온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안전을 경영의 첫 번째로 삼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고려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했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 인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진행되던 수리공사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협력업체 소속 40대 노동자 A씨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서를 보면 당시 A씨는 당시 정비용 자재인 H빔을 내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 무게 42㎏에 달하는 장비를 옮기는 작업이었는데도 현장에는 안전난간 등 안전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사장은 그동안 법정에서 줄곧 “갑문 공사를 발주하긴 했으나 시공을 총괄할 책임은 없었다”며 “시공을 주도하거나 공사를 총괄하지 않는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할 뿐”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조치 책임이 있는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규정하면서도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을 도급인으로 판단,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인천항만공사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그를 건설공사 발주자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뒤 석방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피고인들은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 발주자를 넘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항소심 법원인 인천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발주자’ 지위에 있다며 수많은 책임과 의무를 회피했던 원청사들의 무책임한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4년 11월18일자 6면 보도)

[뉴스분석] 파기환송된 인천항 갑문 추락사고 판결

[뉴스분석] 파기환송된 인천항 갑문 추락사고 판결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 법인과 최준욱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로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이 결론 낸 ‘엇갈린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8894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