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탐사단은 9번째 일정으로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시를 남북으로 잇는 구봉산~달기봉을 찾았다. 이어 11월 4일에는 용인 석성산에서 발원해 한강까지 이어지는 탄천 물줄기와 그 지류를 찾아 나섰다.

탐사단은 달기봉에서 산악 차량 통행로를 만들기 위해 잘려진 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고, 산자락에 조성된 대규모 묘지가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는지를 목격했다. 또 탄천 물줄기 탐사를 진행하면서 도심 속 하천이 개발 열풍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루금에 조성된 공사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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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천 지류인 동막천 상류구간에서 진행 중인 도로공사 현장.
구봉산 마루금(산등성이)은 9개의 봉우리가 오르락 내리락 이어져 있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구봉산에 대해 "봉우리로 둘러싸여 산성을 만들 만했다"고 기술했다.

온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장정구(36) 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 국장은 "옻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바스락 스윽' 낙엽 밟는 소리의 울림이 깊었다. 구봉산에서 남쪽 달기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수종이 안정적이었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벚나무 등이 간격을 유지한 채 몸을 뻗고 있었다.

구봉산을 넘어 달기봉에 오르는 길, 탐사단은 3~4 폭의 길과 마주쳤다. 누군가가 등산로 주변 나무를 베고 길을 낸 것 같았다. 장정구 국장은 "지난 1월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공사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나무를 잘라 놓고서 복구를 안한 게 분명해요. 보통 송전탑 공사를 할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송전탑이 세워진 곳 주변에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이 많았다. 쓰러진 나무를 다시 세우는 일은 '남의 일'이었다.

#유가족들이 남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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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기봉 산줄기 서쪽 사면에 조성된 천주교 수원교구 묘지. 유가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마루금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오후 3시50분. 탐사단은 천주교 수원교구 묘지와 마주쳤다. 산줄기 서쪽 사면 대부분은 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가 듬성듬성하게 심어져 있고, 아스팔트 도로로 둘러쳐진 묘역. 이 묘역은 물을 담지 못한다. 내리는 비는 비탈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도로를 따라 쌓은 축대 벽이 묘역을 지탱하고 있었다.

마루금을 찾아 묘지 상부를 걷던 탐사단은 이곳을 찾은 유가족들이 남긴 흔적과 마주쳤다.

묘역 상단에 조성된 봉분묘지 옆, 마루금길은 화분과 조화, 쓰레기봉투, 물통, 빈유리병 등이 나뒹굴었다. 봉분묘지 옆 잔디밭에는 쓰레기를 태운 흔적도 남아 있었다. 수원교구 묘지의 상부 경계를 따라 가까스로 나 있는 마루금길에 쌓인 쓰레기는 이렇듯 무심하게 방치돼 있었다.

#물길이 바뀌고 있다

우리말로 '숯내'라고 불리는 하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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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천 상류구간에서 진행 중인 구성택지개발 현장. 현장을 관통하는 탄천 물길이 바뀌고 있다.
조선시대 강원도에서 한강을 통해 싣고 와 뚝섬에 부린 땔감을 숯내 발원지 부근 마을에 가져와 숯을 구웠다는 말이 전해진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냇물을 검게 물들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석성산 서사면에서 발원한 이 하천은 경기도 성남시 한복판을 지나 서울시 송파구, 강남구를 거쳐 한강까지 이어진다. 그 길이만 32㎞에 이른다. 오늘날 탄천(炭川)이라 불리는 숯내는, 그 이름과는 달리, 20~30년 전만 해도 메기와 가재가 살고, 왜가리와 백로가 무리지어 다니던 곳이었다고 한다.

탐사단이 11월 4일 찾은 탄천 발원지 부근에서는 택지개발사업이 한창이었다. 개발 현장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탄천의 모습은 바뀌고 있었다.

"택지개발 현장에서 물줄기가 인위적으로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해요. 개발 주체들은 물줄기 변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 같은 인위적 변형이 상류 구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요. 물속 생태계가 어지러워지거든요. 특히 하천에 토사가 유입되는 게 큰 문제죠. 하천의 바닥에 모래와 진흙 비율이 얼마인가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종이 결정되거든요. 상류 구간에 흘러든 토사는 하천 전 구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죠."

함께 탐사에 나선 인천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회원 노현기(44·여)씨는 "환경 문제는 항상 개발 뒷전으로 밀린다"며 탄식했다.

4일 현장에서는 포클레인을 이용해 하천을 확장하고, 그 위에 구름다리를 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산을 깎고, 물길을 새로 내며 조성된 이곳 99만여㎡ 택지지구에는 올해까지 모두 5천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생활하수 오염에 시달리는 탄천 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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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막천과 손곡천이 용인 동천동 손기교에서 합쳐진다. 이곳은 악취가 심하다.
백운산과 광교산에서 각각 발원한 동막천과 손곡천은 용인시 동천동에서 합쳐진다. 탐사단은 이날 오후 탄천 지류인 동막천과 손곡천이 만나는 손기교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우·진로·벽산·굿모닝힐 아파트 단지 4개가 밀집해 있다.
단지 앞을 흐르는 하천 300 구간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산책로는 아파트 단지 앞에만 부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단지를 벗어난 구간은 방치돼 있었다.

노현기씨는 "이른바 부촌(富村)일수록 하천 정비가 잘 돼 있어요. 아파트 단지 앞도 마찬가지구요. 생태공원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거죠. 그런데 빈촌(貧村)이나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 위치한 하천은 대부분 방치돼 있다시피 해요. 하천 개발에서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거죠."

단지 앞을 지나는 탄천 지류에는 갈대와 여뀌, 물피, 미국 가막사리, 버들강아지, 고마리 등 수생식물이 하천과 산책로 사이에 심어져 있었다. 수질 정화기능을 가진 식물들이었다. 하지만 냇가에 다가섰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풍겼다. 무언가가 썩는 듯한 냄새였다. 하천으로 내려가보니 거무스름한 퇴적층이 쌓여 있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생활하수가 하천에 흘러들어간 탓이었다. 이렇게 손기교에서 합쳐진 물길은 다시 구미동 부근에서 탄천에 합류한다.

#상류구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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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천 지류인 동막천 상류구간에서 진행 중인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3공구 현장. 하천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찾기 힘들다.
탐사단은 용인시 동원동, 고기동을 따라 동막천 발원지가 있는 백운산을 향했다.

고기동 낙생저수지는 발원지에서 시작된 물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백운산과 광교산에서 발원한 하천 상류 구간에 저수지가 많아요. 과거 조선시대 농업용수 확보, 치수를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저수지는 도심지 하천의 유지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탐사단 노현기씨는 이곳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낙생저수지 주변에서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산을 깎아 도로를 내기 위한 공사였다. 동덕천사거리~금곡 IC 간 도로확장공사, 동원동~대장동 간 도로공사 현장에는 트럭이 쉴새없이 드나들었다. 또 낙생저수지에서 상류 방향으로 고기동 계곡에 이르는 하천변에서는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먼지가 심해 백운산을 찾아 차량으로 이동하는 등산객들은 차창을 내리지도 못했다. 현장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막기 위해 동막천에 설치된 건 펜스 3줄이 전부였다.

백운산 계곡에는 가건물로 지어진 부동산 사무실이 즐비했다. 경관이 수려한 낙생저수지 주변, 백운산 계곡에는 전원주택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동막천이 탄천과 만나고, 한강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개발론자들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 탐사일정 2007년 10월 27일:구봉산~달기봉11월 4일:탄천

한남정맥 시민탐사단 참가자: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 노현기(44·여) 회원, 인천녹색연합 장정구(36) 국장·신정은(29·여) 간사·서영길(51) 회원, 경인일보 인천본사 정치부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