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우리말에 '처녀(處女)'는 있어도 '처남(處男)'은 없다. 그러나 중국어엔 '處男(추난)'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말엔 '소녀'만 있고 '소남'은 없지만 중국어엔 '少男(사오난)'도 있고 한국어엔 '여인'만 있고 '남인'은 없어도 중국어엔 '男人(난런)'도 있다. 아이 못 낳는 여자 '석녀(石女)' 역시 중국어엔 '石男(스난)'이라는 말도 있다. '고자(鼓子)'를 그렇게 부른다. 중국어의 풍부한 버캐뷸러리, 속칭 '바퀴벌레'를 보면 징그러울 정도다. 그러나 중국어에도 우리말의 '아줌마'와 딱 떨어지는 친근하고 정감어린 말은 없는 것 같다. '사오사오(嫂嫂)' '따사오(大嫂)' '따냥(大娘)' '사오쯔(嫂子)'나 '선무(母)' 등은 모두가 아주머니, 형수, 젊은 부인을 일컫는 점잖은 말일 뿐이다. 일본어의 '오바상'도 마찬가지지만 '오바아상'으로 길게 발음하면 '아주머니'가 아닌 '할머니'가 돼버린다.

영어에서는 숙모 고모 이모 등 모든 아주머니가 '개미'와 같은 발음인 앤트(aunt)지만 아이들이 정답게 부르는 '아줌마'는 aunty, auntie다. 불어의 아주머니―'탕트(tante)'에도 '탕티느(tantine)'라는 말은 있지만 '아줌마'라는 정겨운 말이라기보다는 속어일 뿐 아니라 tante에는 남색가(男色家), 바보라는 뜻도 있다. 독일어의 '탄테(tante)'도 달리 정다운 말은 없다. 그런데 우리말의 '아줌마'를 줄여 '줌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저씨'도 '저씨'로 불러야 할 게 아닌가. '아버지'도 '버지'가 되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같은 '머니'가 될 뿐 아니라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된단 말인가.

엊그제 수원에서 끝난 '아줌마 축제'에는 '줌마렐라'라는 말도 등장했고 '몸뻬 퍼포먼스'도 있었다. '줌마렐라'는 '아줌마+신데렐라'의 합성어인 것 같고 '몸뻬'는 일본말(몬뻬)이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세상을 받들고 이끄는 양대 축이자 동력이다. 아줌마들이 광장으로 튕겨져 나와 끼와 힘을 맘껏 몸껏 발산한다는 건 얼마나 들뜰 일인가. 그러나 '아줌마'라는 예쁜 말만은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아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