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일본 대재앙 100일의 관심은 '죽음'뿐이다. 지난 18일 현재 사망 1만5천451명, 행방불명 7천692명. 시신은 매일 드러나고 9만9천명이 18개 지역에서 피난 중이다. 체르노빌을 능가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죽음의 재가 하늘을 뒤덮어 후쿠시마(福島)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등 피재지(被災地)뿐 아니라 300여㎞ 떨어진 지역까지 요즘 더위에 문도 못 연다. 해산물이 오염, 먹을 수 없고 가축 육류도 마찬가지다. 도쿄 남쪽 150㎞의 시즈오카(靜岡) 녹차밭까지 오염, 차를 못 마시는 정도는 사치다. 어린이에게 물과 채소도 못 먹이고 모유까지 안심할 수 없다.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고 지난 5월 한 달간 자살자 수가 3천281명으로 예년 같은 달에 비해 499명, 17.9% 증가했다고 일본경찰청이 지난 10일 발표했다.

죽음의 재 공포로 인해 그들이 '보란티아'라고 부르는 볼런티어(volunteer)―자원봉사자는 한신(阪神)대지진 때의 3분의 1인 42만 명으로 줄어들었고 어마어마한 폐허 쓰레기와 진동하는 악취는 코를 들 수 없다. 그런데도 월급 1천600만원을 준다는 위험천만한 원전 복구원 모집엔 지원자가 쇄도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다. 지진으로 인한 파산기업 145개는 20년 일본 장기 경기침체를 덮쳤고 지난 5월 13일자 인민일보는 '간나오토(菅直人) 내각이 공무원 신수이(薪水)를 10% 삭감, 3천억 르위엔(日元)을 지진 복구비에 쓰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신수이'는 봉급, '르위엔'은 엔화다. 그 3천억 엔은 지진 피해 보상액 10조 엔에 비하면 약소할 뿐, 그밖에 공공시설 복구비는 상상을 넘는다.

도대체 몇 명이 방사능에 피폭, 그 비극이 언제까지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 여름엔 또 태풍이 휩쓸 차례다. 2004년 여름엔 10개의 태풍이 습격했다. 그들은 대안(對岸)의 땅 한반도를 얼마나 부러워할 것인가. 소프트뱅크 데이터를 부산으로 대피시키겠다는 손정의 회장만은 아닐 터이다. 대한민국, 참을 수 없이 행복한 나라다. 쌈박질 좀 그만하고 3천리 금수강산 청정의 나라로 길이 보전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