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인천시 서구 경서동 서부공단 페인트 원료보관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으로 폭염에 의한 자연발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과 소방서 화재조사원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지난 5일 인천시 서구 경서동 페인트 원료보관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경인일보 8월6일자 23면 보도)의 원인으로 폭염에 의한 자연발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서부소방서는 6일 "연일 이어진 높은 기온으로 인한 자연발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기위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서부소방서는 이날 경찰과 합동으로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증거들이 모두 불에 타버린데다 사고가 휴일에 발생한 탓에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어 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소방서측은 누전 등 일반적인 화재 원인 외에도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페인트 원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관창고는 단열이 잘 안되는 패널구조로 이뤄졌다. 35℃가 넘는 기온에 창고 내부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열축적이 이뤄지면 자연발화가 가능하다는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보관중이던 페인트 원료 1만여ℓ는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에 해당하는 물질로 발화점이 70℃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처음부터 불길이 치솟은 것이 아니라 수십분간 흰 연기와 열기만 발생했다는 점도 화학 반응에 따른 자연발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부소방서 지휘조사팀 관계자는 "비교적 기온이 낮은 아침에 불이 났지만 며칠간 이어진 폭염과 직사광선으로 창고 내부에 열이 쌓이게 되면 자연발화할 수 있다"며 "증거는 불에 타 없어졌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추론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불이 난 페인트 원료보관 업체 관계자의 진술과 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또 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따라 관련자를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장부와 컴퓨터가 모두 불에 타버려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역추적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허가받은 위험물 외에 다른 물질을 보관하고 있었는지,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준수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서구 경서동 서부산업단지내 페인트 원료 보관 창고와 인근 가구공장 등 건물 12개동과 차량 15대가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