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교 운동부 트레이너가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더욱이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피해 여학생들은 모두 전학을 갔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연천경찰서는 운동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모 고교의 전 트레이너 박모(27)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이 트레이너로 있던 고교의 체육관에서 오일 마사지 등을 핑계로 여학생 5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학생 중 한 명은 사건 진술서에 “(트레이너가)자기도 마사지를 해 달라고 요구해 완전 혐오스러웠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당시 트레이너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벌이지 않았다. 별도의 징계 없이 이 트레이너가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만 담당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결국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학생 5명은 사건 발생 한 달도 안 돼 전학했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 학부모 등은 학교 측의 축소·은폐가 여학생들의 정신적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피해 학생 중 한 명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등 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이 학교 남학생 2명이 성폭력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트레이너와 학생이 개방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마사지 등을 했기 때문에 다소 오해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연천/오연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