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는 모듈러 교실에 절대 찬성할 수 없습니다. 교육지원청은 지금까지 뭐한 겁니까."(고산지구 입주예정자)
"기존 재학생은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46명이 다니는 학교에 갑자기 750명을 배치한다니, 아이들더러 운동장도 급식실도 없는 학교에 다니라는 말인가요."(고산초 학부모)
의정부교육지원청이 신설 학교 마련이 지연되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고산지구(4월11일자 8면 보도=고산지구 3천가구 입주 후 개교… "초교 통학불편·교육저하" 목청)의 학생배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20일 설명회를 열었지만 입주예정자와 기존 고산초 학부모들의 항의 속에 파행했다.
의정부교육지원청 초교 신설 지연
분산배치 어려워 모듈러교실 추진
이날 고산초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입주예정자와 학부모를 상대로 그간의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학생을 주변 학교로 분산 배치하는 것과 고산초에 27실 규모의 모듈러 교사를 설치하는 두 가지 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분산 배치는 다른 학교들 여건이 좋지 않고,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어 어렵다고 교육지원청은 밝혔다.
설명회 시작부터 학부모 등은 그동안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점과 그동안의 수차례 민원에도 느렸던 대응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설명회는 교육지원청 관계자가 고산초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을 임대해 설치하는 방안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단됐다. 학부모들이 "이미 결론을 내고 추진하는 것이냐"며 항의하고, 일부 고성도 나오면서다. 기존 고산초 학부모들도 소통 부족과 교육 환경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반발했으며,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S6블록 입주 예정자들도 통학로 안전 대책 등을 지적하며 교육지원청의 행정을 문제 삼았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의 날 선 질문과 항의에 진땀을 흘렸다.
결국 설명회는 학부모들이 "교육지원청은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모듈러 교실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퇴장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46명 다니는 학교, 750명이라니"
입주예정자·학부모 항의속 파행
다른 대안 제시 요구 '결론은 못내'
고산지구 내 초등학교 부족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교육지원청은 고산지구 인구 유입에 맞춰 기존 고산초를 대체할 가칭 고산2초(39학급 규모)를 계획했지만, 인근 아파트들의 입주시기가 개교 시점인 2024년 3월보다 11개월 이상 앞서면서 문제가 됐다. 교육지원청은 입주와 고산2초 개교 사이의 공백으로 인해 학생 약 750명을 약 8개월 동안 임시배치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1차적으로 고산 공공주택지구 내 일부 블록(C1·C3·C4)의 분양공고가 지연됐고, 분양 공고 확정 후 고산2초 대체 신설을 추진해왔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의 여파로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소극 행정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입장이다.
조재성 고산 C3블록 대표는 "기존 고산초에 27개의 모듈러 교실을 설치할 계획을 이미 확정하고, 입주예정자와 학부모에게 방법을 강요하려는 교육청의 행정에 매우 화가 난다"면서 "이렇게 작은 학교에 그렇게 많은 수의 모듈러 교실을 설치한 선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 모듈러 교실은 화재에 취약하는 등 각종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기존 고산초는 통학로 등 각종 시설도 미비해 학부모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인근 학교 분산 배치, LH가 가지고 있는 고교 유보지 활용 등 여러 방법을 검토했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며 "시청 등 관련 기관과 적극 협력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향후 교육공동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