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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018년 현종 8년 때다. 당나라에서 도성 안을 경현(京縣), 밖을 기현(畿縣)으로 구분했던 데서 비롯됐다.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부터 사방 500리를 아울렀다. 경기의 기(畿)자는 전(田·밭)+과(戈·창), 즉 도성 관리를 위한 녹봉을 책임지는 곳, 도성의 방어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경기도를 기전(畿甸) 지역이라 하는 이유다. 강원도를 관서·관동, 전라도를 호남 등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인구의 4분의 1 이상(1천363만명)이 밀집해 사는 곳이라 선거 때마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경기분도론은 1987년 대선 때부터 경기북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퇴장했다 선거철 다시 살아나는 단골 메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올 4월 22대 총선에서 여권이 서울 편입론과 서울 메가시티론을 띄우면서 공방이 오갔으나, 야권의 압승으로 요란했던 편입 바람은 사그라들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3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올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새 이름 대국민 공모전에 나섰다. 지난 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의 붓끝을 통해 새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공개됐다. 무려 5만2천43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새 이름이다. 세 차례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투표를 거쳤다.

김 지사는 대국민 보고회에서 "마라톤으로 따지면 최종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에 도달한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행정안전부가 주민 투표를 승인하지 않은 데다 특별법 입법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해야 한다. 설상가상 새 이름이 발표된 당일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분도 반대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3만명 넘게 동의했다. 1만명이 넘으면 김 지사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국가 개조급 현안인 경기 분도는 경기도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가적 결단과 국민의 공감은 필수불가결이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분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천명의 향방이 주목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