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기본’ 단가절감까지… “소상공인들은 모른다면 손해”

 

공유물류망 서비스 개선으로 10월말 전국 최초 ‘스타트’

지하철역사 30곳서 저렴하게 접수…사업장 픽업도 가능

 

계약업체 3520곳으로 늘어나 하루 최대 851건 이용

반값 지원 건수 무제한으로 “하루 한도도 풀어야”

 

내년 7월께 집화센터 인천 전 역사로 확대키로

키오스크 설치돼 노인일자리 ‘서포터스’ 배치도

“부담됐던 택배 배송비가 절감되는 등 사업 초창기부터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변에 반값택배 지원사업을 모르는 소상공인들이 많은데, 계속해서 홍보와 개선이 이뤄진다면 더 좋은 정책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오후 2시40분께 인천지하철 2호선 남동구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를 찾은 홍은서(28)씨의 말이다. 남동구청역 인근에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홍씨는 매일 이때쯤 반값택배 집화센터에 와서 구매자들에게 보낼 물품 발송을 신청한다고 한다. 홍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이용하게 됐다. 마침 쇼핑몰 근처인 남동구청역에 집화센터가 있어서 많은 물건을 옮기기도 비교적 수월했다. 이날 홍씨는 택배 32개를 접수했는데, 배송비는 1천500원씩 총 4만8천원이었다. 일반 배송을 이용했다면 어림잡아 8만원은 들었을 텐데, 반값택배 덕분에 최소 3만원은 아낀 셈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0월28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서 열린 ‘인천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 오픈 행사에서 ‘제1호 반값택배’ 물품을 발송하고 있다. 2024.10.28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0월28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서 열린 ‘인천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 오픈 행사에서 ‘제1호 반값택배’ 물품을 발송하고 있다. 2024.10.28 /인천시 제공

전국 지자체 최초 반값택배 도입

인천시는 올해 10월2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소상공인 물류비용 부담을 줄이고 배송 효율을 높여, 소상공인 온라인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획됐다. 인천시가 2022년부터 공유물류망을 통해 추진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개선한 정책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형 업체와 비교해 배송 물량이 많지 않다. 택배사와 단가계약을 맺지 못해 높은 배송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하철 역사에 집화센터를 설치해 저렴하게 소상공인들의 배송 물품을 접수하고, 이를 모아 직접 택배사와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덕분에 소상공인들은 집화센터에선 1천500원부터, 사업장으로 픽업을 요청하면 2천500원부터 반값택배를 이용할 수 있다. → 표·그래프 참조

인천시는 소상공인 반값택배 사업을 시작으로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통한 택배 단가 절감 등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소상공인은 기대하기 힘들었던 당일 배송을 실현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의 서비스 경쟁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높아지는 관심, 반값택배 사업 확대

사업 초기 반값택배를 향한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0월28일 사업 도입 후 이달 12월2일까지 5주간 이용 건수는 8천550건에 달한다. 계약 업체도 시행 초기 2천362개에서 3천520개로 49%(1천158개 업체)나 증가했다. 지난 2일에는 택배 851건을 접수해 하루 최대 물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업이 큰 호응을 얻자, 인천시는 지난달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 세부 운영계획을 변경했다. 올해 4월 사업을 기획할 당시에는 업체별로 택배를 연간 120건까지 접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난달 11일부터 이를 무제한(예산 소진 시까지)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 인천시는 올해 20만7천건을 시작으로 내년 80만건, 오는 2026년 120만건, 2027년부터는 매년 160만건의 택배 배송비를 지원하는 등 사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집화센터도 내년에는 더 늘어난다. 현재 반값택배 집화센터는 인천시청역과 남동구청역을 비롯해 인천지하철 1·2호선 30개 역사에 마련돼 있다. 인천시는 사업 성과 분석과 운영비용 절감 방안 검토 등을 거쳐 내년 7월께는 집화센터를 57개 전체 역사로 확대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소상공인들이 바라는 건 무엇보다도 업체별 하루 택배 이용 물량 확대다. 홍은서씨가 남동구청역 반값택배 집화센터에 접수하는 택배 물량은 하루 30~50개다. 주말에 주문이 밀려 월요일 등엔 택배가 100개에 이를 때도 많은데, 현재로선 하루 50건까지만 접수할 수 있다 보니 제한이 생긴다.

홍씨는 “그나마 최근 연간 접수 가능 물량은 무제한으로 풀렸지만, 하루에는 50개까지만 접수할 수 있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 고객들이 기다리니 택배를 하루 늦게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하루 물량 제한이 풀리는 등 개선된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지난 2일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마련된 반값택배 집화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2024.1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키오스크도 문제 없다…집화센터 서포터스

반값택배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사업장에서 미리 택배 송장을 붙여오기도 하지만, 송장 없이 물건만 포장해서 올 때도 많다. 이 경우 집화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되는데, 처음 방문한 소상공인은 메뉴 선택과 주소 입력 등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때 송장 인쇄부터 택배 접수까지 이들을 돕는 인력이 집화센터 서포터스다.

집화센터 서포터스 활동은 인천시의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이다. 인천시는 올해 미추홀구·연수구·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와 협업해 총 50명의 노인 인력을 각 역사 집화센터에 서포터스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지역 청년과 함께 활동하는 등 사회에 참여하도록 돕는다. 내년에는 사업 확대에 따라 노인 참여 인력도 점차 늘릴 방침이다.

인천시청역 집화센터에서 서포터스로 활동 중인 임지원(68)씨는 “3시간씩 교대로 활동하는데,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보니 오히려 활력이 생기고 다른 이들을 돕는다는 보람도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며 “접수를 어려워하는 분들을 도와 택배를 보관함에 넣고 나면 뿌듯하다. 사업이 확대돼서 더 많은 노인들이 일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