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비상계엄과 이재명의 범죄혐의
3월 헌재심판-법원재판으로 숙명의 시간
한 사람 지워지면 남은 사람도 위기 맞아
대전환의 공간·시간 주도해야 새판 주역

임기를 절반이나 남긴 대통령이 장난 같은 비상계엄으로 탄핵과 직무정지를 자초했다. 반정부 공세와 방탄 수비에 집중한 야당의 입법 권력은 과도했을망정 윤석열의 대통령 권력 만큼은 아니었다. 몇 달만 기다리면 야당 대표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는 2심 판결로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시간은 대통령 편이었다. 그걸 못참고 걷어찼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선거법위반과 위증교사혐의 2심 재판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던 이 대표가 날개를 달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어가 신속하게 계엄해제를 의결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참했지만 비상계엄 무력화의 공은 이 대표와 민주당 몫이었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범죄의 단죄자로 정치를 장악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지율이 천장으로 치솟았다.
2024년 12월 3일, 그날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고 이 대표는 선거법위반 2심재판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미스터리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솟아올랐고, 이 대표와 민주당 지지율은 천장을 찍고 낙하했다. 광장의 열기는 탄핵반대가 거세다.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찬성 집회에 참석하며 광장의 열세 만회에 나설 지경이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찬반 정치 여론에 갇혔다.
불가사의한 여론의 발원지는 적대적 공생 정치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으로 시작된 여야와 보수·진보의 적대적 공생은 지난 대선 과정을 거쳐 윤석열 정부에서 고질이 됐고 파국적인 비상계엄으로 고름이 터졌다. 윤석열이 죽으면 이재명도 죽어야 하고, 이재명이 살면 윤석열도 살아야 한다. 두 진영은 공생 아니면 공멸로 적대의 균형을 맞춘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과 제1야당 대표의 다수의 범죄혐의와 탄핵폭주가 수평을 이루면서 정치는 막장에 빠졌다.
미증유의 혼란은 대전환의 전조다. 적대적 공생 중인 윤석열과 이재명, 두 사람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3월 헌재심판과 법원재판으로 한 사람이 지워지면 남은 사람도 위기에 직면하는 아이러니한 숙명의 시간이다. 새판을 짜려는 사람들이 이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 새판짜기가 벌어진다면 시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벌어질 테다. 논의 차원에 머물던 개헌 이슈가 정치 현안으로 떠오르고, 여야 정당은 세대와 인물 중심의 이합집산으로 정계개편이 촉발될 수 있다.
당장 민주당 내에 번지는 새판짜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박스에 갇혔다. 바람대로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이 실시돼도 이 대표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모호해졌다. 그를 향한 호남 민심도 ‘전폭’과 거리가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안 의지는 노골적이다. 미미한 지지도로 광주 경선에서 기적을 일으킨 노무현의 행보를 꿈꾼다. 당선 가능성에 집중하는 당내 경선이 치열해지면 민주당 일극체제 유지는 힘들어진다.
국민의힘은 지지세력이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속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에게 종속된 배경이다. 대선 판이 벌어지면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입김에 후보 경선이 흔들릴 판이다. 친윤과 반윤의 반목은 재현된다. 김문수의 비상은 불임정당의 전형적인 증상일 뿐이다. 오세훈, 홍준표, 유정복 등 광역단체장들은 신선도가 떨어지고 한동훈은 탄핵반대 세력의 적이다. 외부 수혈은 시간이 촉박하다. 암담한 현실이 역설적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무능한 보수의 현실을 자각하고 보수 혁신의 실마리를 잡는다면 말이다.
곧 3월이다. 윤석열·이재명의 적대적 공동운명이 결정적인 시간에 직면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진보 개혁, 보수 혁신, 개헌 등 양극화 정치 청산을 열망하는 정치 담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새판을 짤 대전환의 공간과 시간이어야 한다. 그 공간과 시간을 주도하는 인물과 정당이 새판의 주역이 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