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장교 등 20여명 견학 요청

한국전쟁 역전시킨 죽미령 전투

유엔군 창설 첫 파병 의의 되새겨

추모식 교류 등 단단해진 한미동맹

지난달 28일 오산죽미령평화공원 유엔초전기념관에 방문한  미8군의 기획참모부(G5) 소속  영관급 장교 등 20여명이 죽미령 전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산시 제공
지난달 28일 오산죽미령평화공원 유엔초전기념관에 방문한 미8군의 기획참모부(G5) 소속 영관급 장교 등 20여명이 죽미령 전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산시 제공

삼일절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아직은 쌀쌀한 겨울 바람이 부는 오산 죽미령 고개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름도 모르는 이국 땅의 평화를 위해 용감하게 전장에 나섰던 선배들을 찾아온 미군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북한군의 첫번째 전투가 벌어졌던 오산 죽미령 전투, 그 곳에서 희생된 미 스미스 부대원을 추모하기 위해 유엔초전기념관과 스미스평화관 등이 조성돼 있는 죽미령 평화공원(2월15일 인터넷 보도)에 종종 새로 부임한 미군 장병들이 찾아오곤 했지만 이날의 방문은 보다 더 특별했다.

주한미군 핵심인 캠프 험프리스 미8군의 기획참모부(G5) 소속 군인들이 방문했는데, 콜로넬 미첼 롱(Colonel Michael Long) 대령을 필두로 기획참모부의 영관급 장교 등 20여 명이 먼저 견학을 요청했다. 이들의 방문은 지난달 12일 이권재 오산시장이 캠프 험프리스 미8군 사령부를 방문해 크리스토퍼 라니브(Christopher LaNeve) 사령관과 전격적으로 만나면서 성사됐다. 이권재 시장은 라니브 사령관에게 유엔군 창설 이후 첫 파병이자, 한국전쟁에서의 초전, 그리고 스미스부대의 희생으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오산 죽미령 전투의 의의를 설명했다. 아울러 기념관 운영과 매년 7월에 열리는 추모식 등 향후 상호교류에 대해 깊이있게 논의했다. 이렇게 죽미령 전투를 둘러싼 양 기관의 진솔한 소통이 시작되면서 미군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내 옛 유엔군초전기념비. 그 뒤로 보이는 죽미령 고개를 올라가면 반월봉에 오른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 내 옛 유엔군초전기념비. 그 뒤로 보이는 죽미령 고개를 올라가면 반월봉에 오른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이날 죽미령 평화공원을 찾은 기획참모부 소속 미군들은 한국전쟁과 죽미령 전투 과정, 전투가 갖는 의의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다. 특히 70년 전 이 곳에서 피흘린 전우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스미스부대원이 전쟁이 끝난 후 죽미령 고개로 돌아와 직접 돌을 쌓아 세운 (구)유엔군초전기념비를 둘러보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전장으로 나가는 미군을 형상화한 죽미령 고개를 따라 ‘반월봉’을 등반했다. 오산은 물론 평택까지 조망할 수 있는 반월봉에서 왜 유엔군이 이 곳을 첫 전투지로 선정하고 전략을 구상했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희 유엔초전기념관 팀장은 “방문한 미군들이 기념관과 스미스평화관 등을 둘러보고 전시 내용에 매우 감동하며 (미군의 희생을 기린 데에) 고마워했다. 특히 죽미령 전투 당시 유일한 한국인 장교였던 윤승국 연락장교를 소개하며 현재 캠프 험프리스 안에 ‘윤게이트’가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놀랍고 반가운 반응이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달 23일에는 미 공군 장교 사관학교(USAF Air War College) 교육생들이 기념관을 찾아 죽미령 전투의 의미를 탐구했다. 또 현재 하와이에 주둔하는 실제 ‘스미스 부대’가 매년 7월초에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을 희망하는 등 한미 동맹의 끈끈한 분위기가 오산 죽미령 전투를 매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산시 차원에서 이어오던 추도식을 민선 8기 출범 이후 국가적 행사로 격상하기 위해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죽미령 전투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연속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오산시는 향후 죽미령 전투를 국내외에 적극 알리고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유엔군 초전기념관 광장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 및 초전기념식 및 추도식의 국가기념일 지정 및 국가주도행사 전환을 비롯해 올해 추도식에 대통령과 미8군 사령관 등 주요 내빈의 참석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