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장 텃밭은 경기도지만
여의도 약점 지우는 등 입지 공고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정치 인생을 볼 때 인천과 이재명은 각별한 관계다. 이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성장한 텃밭은 경기도지만, 위기를 딛고 다시 대권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해준 곳은 다름 아닌 인천이다.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주민발의로 제출한 ‘성남시의료원 설립 조례안’이 폐기되는 사건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제19·20대 성남시장을 지내며 정치적 인지도를 높였다. 2017년 첫 대권 도전에서 당내 경선을 3위로 마치는 등 잠시 주춤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 곧바로 제35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건재함을 보였다.
이 전 대표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로 꼽히는 시기는 2022년 3월 제20대 대선 직후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10월 당내 경선을 압도적 1위로 통과하며 두 번째 대권 도전 기회를 잡았고, 경기도지사직도 내려놨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선 상대는 당시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표차로 패배하며 휘청였다.
재기를 노리던 이 전 대표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인천이다.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인천 계양구을 송영길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도전을 이유로 직을 사퇴하며 공석이 된 자리를 노린 것이다. 계양구는 물론 인천 자체와 연고 없이 출마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 전 대표에겐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계양구 유세 현장에서 이 전 대표가 직접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 끝”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계양구에서 이 전 대표는 무난히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앞선 두 차례 대선 출마 당시 일부가 지적했던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도 단번에 지웠다. 이 전 대표는 기세를 몰아 그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제6대 당 대표에 당선되며 완전히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동시에 총선 압승까지 이끌며 당내 입지를 더욱 다졌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임기 동안 계양구 지역 현안보다는 한 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중앙 현안에 더 집중했다는 아쉬움의 평가도 나온다. 반대로는 인천의 정치력을 높였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대선 출마를 위해 직에서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계양구을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 번째 대권 레이스를 펼친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