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문가’ 홍문표 aT 사장 “K-푸드 인기 선풍적… 글로벌 무대 주역으로”

 

기후변화 여파 신품종 개량 시급… 준비해야 물가 안정

식탁까지 기존 5~6단계 ‘복잡’ 인터넷 2~3단계 단축 안착

‘딸기 열풍’ 주문량 소화 못해… 한국공관 역할 커질 것

기존 미국·일본·중국 집중 구조 다변화 ‘식품 영토 확장’

충남 홍성·예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내리 4선을 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정통 농업 전문가 정치인 출신이다. 농축산학과로 유명한 건국대를 졸업하고, 농촌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국회입성 후 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농업 관련 정책에 깊이 관여해 농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런 연유로 지난해 8월 aT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8개월여 동안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몸소 확인했고, 최근 한미통상문제가 불거지면서는 시차와 환율 등 민감한 이슈에 대응하느라 새벽까지도 가격 보고를 챙긴다고 한다. 그의 부지런한 업무 태도는 조직 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직원들에게도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농촌 지역구를 오랫동안 지킨 정치인이었던 만큼, 그는 현장 생산자들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취임 후 사무실 벽면에 ‘농어촌 농어민(축산)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 강한 선진국 된다!’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로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듯했다.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위기에 직면한 기후문제와 통상압력 대응에 대해 소신 있는 답변을 막힘 없이 쏟아냈다. 한국 수출의 개념을 ‘식품 영토 확장’으로 규정한 그는 최근 한우 중동 진출과 온라인 도매시장 ‘1조 시대’ 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 내용을 소개했다. 다음은 경인일보와 단독 인터뷰 내용이다.

홍문표 aT 사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 대응전략으로 ‘신품종 개발’과 ‘초대형 저온창고’를 제시하며 “국내 거점마다 매머드급 저온창고 8개 정도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4.14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홍문표 aT 사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 대응전략으로 ‘신품종 개발’과 ‘초대형 저온창고’를 제시하며 “국내 거점마다 매머드급 저온창고 8개 정도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4.14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 취임 이래 농수산식품 생산 및 유통 현장을 많이 찾아다닌 걸로 안다. 직접 뛰어본 현장은 어땠나.

“농어촌과 농어업인의 생산성이 좋으면 국민들이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지금 국민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줄 정도의 생산성이 안 나오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푸드 수출에 노력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그것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기후변화가 사실 우리에게 오래전에 왔다. 정부도 국회도 기후변화의 포괄적인 개념은 갖고 있는데 각론이 지금 없다고 본다. 그래서 aT 임직원이 합심해 기후변화TF를 만들었고 7가지 어젠다를 놓고 법과 제도를 수립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 기후 위기, 즉 자연재해 등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생산자도 잘 대응해야겠지만 정부 관계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해 보인다.

“코로나 시대 4년 동안 전 세계가 ‘동결된 세상’을 우리가 살다가 백신이 나오면서 완화됐잖나. 그런데 기후변화는 백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를 이길 능력이 있는 나라는 이겨 나가는 거고, 그런 힘이 없으면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주무기관인 환경부를 비롯해 농림부·기재부 등과 국가 1순위 과제로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고 예산을 받쳐줘야 하는데 현재 그런 게 거의 없다고 본다.”

- 기후 문제는 농산물 공급문제이기도 하고 물가와도 직결된다. 올해 농수산물 물가를 어떻게 전망하나.

“준비하는 만큼 물가는 안정된다. 작년에 배추 한 포기에 8천원 이상 하는 등 모든 물가가 균형을 잃었다. 그러면 올해는 이걸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기후변화가 오래전에 왔음에도 우리가 그만큼 신속히 준비하지 못한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물가 등폭 예측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전략은 없나.

“국내에서 반드시 해결할 과제가 기후변화에 맞는 씨종자 신품종 개량이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배추 신품종은 씨앗을 심어 수확할 때까지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45일로 당겼다. 이렇게 신속하고 내용 좋고 영양가 있는 신품종을 최대한 개량하는 게 시급하다. 또 평균기온이 상승했을 때 기존 농작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은 저온창고다. 필요할 때 공급·수요를 맞추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거점별 매머드급 저온창고를 빨리 지어야 한다.

aT 본연의 역할, 유통단계를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탁에 오르기까지 5~6단계로 복잡하게 늘어진 유통관습을 2~3단계로 줄이려 한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 도매’제도인데 우리가 최근 목표액을 5천억원에서 약 1조원으로 상향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또 하나가 있다면 직거래 장터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산비용도 유통비용도 농민이 물으면 농민들은 남는 게 없다. 농어업인은 생산만 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농촌에 가서 구입하는 게 직거래 장터다. 행정적인 지원은 aT가 책임지는 거다. 그러면 가격은 저렴해지고 소비자는 더 싱싱한 농산물을 얻고 생산자는 소득이 올라간다. 올해 이 정책들이 대대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홍문표 사장이 네덜란드 현지 바이어들을 상대로 수출 협의를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홍문표 사장이 네덜란드 현지 바이어들을 상대로 수출 협의를 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 K푸드 인기가 선풍적이다. 우리 농수산식품이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 통하나.

“독일의 초대형 전시장에서 한국식품이 진열된 부스를 찾아갔더니 매일 오후 5시쯤이면 품절된다고 하더라. 프랑스의 세계 최고급 백화점에는 한국의 전통 장류가 입점해 있고 카르푸 등 파리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에도 한국식품이 다수 입점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유행을 넘어 소비의 일상화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서 좀 걱정되는 부분이 한국상품이 인기를 끄니까 지금 ‘가짜 한국상품’도 유행을 타고 있다는 거다. 국가적 차원에서 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 세계인들에게 요즘 새롭게 관심을 받는 상품은 없나.

“딸기다. 이건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는 게 아니잖나. 한국 농민들이 땀 흘리고 고생해 만들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정된 상품이다. 특히 미국·일본 등지에서 한국 딸기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주문량을 우리가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이처럼 선풍적인 K푸드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해외 주재 한국공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 교민이 몇 명 살고 현지인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한국공관은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 정보를 교환하면 수출길을 더 활짝 열 수 있다. 우리 장류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 전에는 한국의 장류를 해외에서 선호하지 않았지만, 맛 좋고 영양가 있으면 먹는 시대가 왔다. 한국 식품이 생산부터 상을 차려 먹기까지 복잡하잖나. 그게 해외진출에 걸림돌이었는데 지금은 ‘복잡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일본의 스시나 중국의 면요리는 간단한 구성인데 우리는 반찬도 최소 3종이 나오는 종합식품이고, 2차 3차 4차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장류다. 이걸 장점으로 부각해서 뻗어 나가야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 농수축산식품 수출이 곧 식품영토 확장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 중인가.

“미국과 일본, 중국에 절반 가까이 집중돼 있는데 이제 다변화해야 한다. 상대국이 구매해 주는 데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아까 얘기했듯 대사관이라든지 국가적 지원 아래 한국식품을 세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중동을 뚫으려면 두바이를 잡아야 한다. aT는 두바이에도 지사가 있다. 두바이지사를 중동 한우수출 전진기지로 삼기로 농협 및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협약했고,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 중동 사람의 식탁에 한우가 오르는 획기적인 사업이 곧 시작된다. 영양제가 아니라, 식품을 직접 섭취해서 건강과 행복을 찾기를 세계인들도 원한다. 그걸 우리가 파고들어야 한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어떤 곳?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aT 본사 사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aT 본사 사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1967년 ‘농어촌개발공사’로 출범한 이래, 명칭 변경 등을 거쳐 올해 출범 57주년을 맞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우수한 농수산식품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 대한민국 식품 영토를 확장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aT는 농수산물 수급조절을 포함해 유통구조 개선, 식품산업 육성, 수출 진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가격이 급등하거나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는 시장에 개입해 수급을 안정시키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aT는 한국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K푸드의 세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ESG 경영을 전면에 세우고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먹거리산업 플랫폼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 식탁의 안전과 자긍심, 농어민의 삶을 함께 지켜내는 aT는 오늘도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홍문표 사장은?

▲1947년(충남 홍성 출생)

▲1972년 건국대 농화학 학사

▲1984년 한양대학교 사회복지정책 석사

▲제17·19·20·21대 국회의원

▲2008년 한국농촌공사 사장

▲2009~2011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2년 새누리당 농어촌대책특별위원장

▲2014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2017년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2020년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

▲2020년 국회 한·러 의회외교포럼 회장

▲2024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