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교사 양운신(67)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시위를 연다. 5년 전 정년으로 교정을 떠난 뒤 이어온 일이며, 지난 16일까지 꼭 370회째다. ‘정부는 교사 해직 사과하라’는 사각 팻말을 쥐고 시위에 나선 것처럼, 그는 노태우 정권 시기인 1990년 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교사다. 양씨는 부당해직돼 학교 밖에서 5년 가까이 고초를 겪다 다음 정부에서 복직됐다.
정부 기관이 양씨의 부당퇴직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양씨를 비롯해 퇴직교사 247명이 권위주의 정권이 저지른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당했다며 국가(정부)가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이런 권고에도 3년가량 묵묵부답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하루속히 조금이라도 정의를 되살리는 의미에서 정부가 진화위의 결정을 수용하고 합당한 조치를 해달라.” 양씨가 말한다.
진화위는 지난 8일 전교조 해직 교사 915명에 대한 부당해직 사실을 추가로 규명했다. 2022년 발표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과거 사찰이나 해직 등 국가의 일방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전교조 교사 1천500여 명 가운데 1천162명의 피해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양씨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사과와 배상을 이행 않고 있는 탓에 피해자들은 이번 결정에 마냥 웃을 순 없다.
양씨처럼 매주 성남교육지원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해직 교사 박동수(63)씨의 마음도 그렇다. 그는 “정부 조사기관이 사안을 규명해 권고한 것에 대해 교육부·노동부·기재부 등 부처들이 반응하지 않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민주화와 참교육을 위해 시작한 우리의 활동이 ‘정당했다’는 사실을 지금과 후세대가 기억할 수 있게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을 보면, 진화위 등 국가기관의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노력 이상의 의무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 맹점으로 지적된다.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주무부처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받도록 하지만,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사유서 제출로 대체하게 하는 점도 정부기관의 ‘묵인’을 열어주는 대목이다.
최정규(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현행 과거사정리법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행 준비와 계획 정도만 규정돼 있어 강제력도 없다”며 “행안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실에서 이행 과정을 담당하도록 해야 하고 정부기관이 이행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로 (과거사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위의 권고사항 내용 역시 사과와 배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방향으로 구체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