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으로… 봄날 속으로

홍민정·김지훤 작가, 아이 눈높이 대화

위례, 그림자 극단 공연·해외원화 전시

미사, 한국애니메이션고 60여점 선봬

보드게임·테이블 등 피크닉세트 대여도

 

일가, 무지개 우체국 배경 미니어처 눈길

나룰, 딸기찹쌀떡 등 전통음식 체험도

덕풍, 영어그림책·전통문화 융합교실

이동, 매일 달라지는 만들기 프로그램

봄볕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4월 한 달 동안 하남시의 8개 공공도서관은 책과 사람, 이야기가 머문 풍경이 펼쳐졌다. 조용히 책을 읽던 도서관은 공연장이 되고, 전시장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세대가 어우러지며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 됐다.

‘제3회 도서관의 날’(4월12일), ‘제61회 도서관주간’(4월12~18일), ‘세계 책의 날’(4월23일)을 맞아 총 83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 시의 미사·신장·나룰·위례·세미·덕풍·일가·디지털 등 8개 시립 공공도서관은 ‘꿈을 키우는 씨앗, 도서관에 묻다’란 슬로건 아래,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따뜻한 도서관의 변화를 시민들이 곳곳에서 직접 체험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 책이 말을 걸다. 작가와의 깊은 눈맞춤

지난 5일 미사도서관 미사홀에서 만난 정문정 작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더 좋은 곳으로 가자’,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등 3편의 에세이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정 작가는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를 중심으로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을 이야기하며 공감과 설득, 용기의 언어를 차분히 풀어내 책 너머의 깊은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디지털도서관에서 열린 박산순 LG연암문화재단 교육팀장의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 아이의 교육’ 강연도 성황을 이뤘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책이 가지는 힘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어린이 독자들과의 만남도 활기찼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홍민정 작가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유쾌한 대화로 미소를 자아냈고, 나룰도서관에서는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의 김지훤 작가도 ‘다정한 말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즐겨 읽은 책의 작가와 직접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눈 이 시간은 어린이들에게 책과 사람을 잇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 공연과 전시, 도서관의 변신이 시작

신장도서관에서 진행된 동화 뮤지컬 ‘빨간 모자’를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람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신장도서관에서 진행된 동화 뮤지컬 ‘빨간 모자’를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람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이번 축제 동안 도서관은 무대이자 전시장, 상상의 놀이터가 됐다. 미사도서관 미사홀은 미디어 아트와 영상이 어우러진 마법과 판타지 공연 ‘비밀의 도서관’이 펼쳐져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신장도서관에서는 동화 뮤지컬 ‘빨간 모자’가 무대에 올라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생동감 넘치는 공연으로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위례도서관에서는 그림자 연극동아리 ‘꿈꾸는 그림자’가 진행하는 ‘그림책이 참 좋아, 그림자 극단’ 공연으로 어린이들에게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전시공간도 도서관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위례도서관에 전시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기획하고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바루와 한국 그림책 작가 이루리가 협업·출판해 화제를 모은 그림책 ‘예쁜 아기오리’ 원화는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세미도서관은 그림책 ‘아빠하고 나하고’의 원화가 전시돼 잔잔한 감동을 전했고 일가도서관의 ‘무지개 우체국’을 배경으로 한 미니어처 팝업 전시는 책과 현실이 만나는 감성의 순간을 완성, 작은 규모지만 큰 감동을 남겼다.

미사도서관 ‘애니갤러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미사도서관 ‘애니갤러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또 미사도서관은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와 협업한 청소년 창작전시 ‘애니갤러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선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어린이와 청소년 관람객에게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선사했다.

■ 직접 만들고, 경험하고, 함께 웃는 시간

아이들이 일가도서관 ‘무지개 우체국’을 배경으로 한 미니어처 팝업 전시를 보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남시 제공
아이들이 일가도서관 ‘무지개 우체국’을 배경으로 한 미니어처 팝업 전시를 보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남시 제공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움직이며 느끼는 체험도 도서관 속 중요한 즐거움이 됐다. 미사도서관은 3D펜을 활용한 책갈피 만들기 프로그램이 열려 아이들이 상상력을 손 끝으로 표현했고, 위례도서관에서는 감성 가득한 캘리그라피 수업 후 시민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작은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나룰도서관은 딸기찹쌀떡 만들기와 말랑말랑 떡 만들기 같은 전통음식 체험이, 덕풍도서관에서는 영어그림책을 통해 전통문화를 접하는 융합형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세미도서관의 ‘명화이야기와 팝업북 만들기’도 인기가 높았고, 일가도서관의 전래놀이 한마당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몸을 움직이며 도서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프로그램 후에는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도서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도서관이 배우고 쉬고 놀고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 사진과 추억을 담는 봄날의 도서관

하남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야외도서관 행사인 ‘오늘 책나들이 가 봄!’에서 시민들이 라탄 바구니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돗자리 위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하남시 제공
하남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야외도서관 행사인 ‘오늘 책나들이 가 봄!’에서 시민들이 라탄 바구니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돗자리 위에 앉아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하남시 제공

하남시 도서관은 4월, 책과 함께하는 따뜻한 봄날의 기억을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시청 잔디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린 야외도서관 행사 ‘오늘 책나들이 가 봄!’에서는 라탄 바구니를 포함한 피크닉세트를 대여해 돗자리 위에서 책을 읽고, 정성스레 싸 온 간식을 먹으며 나들이를 나와 여유를 즐기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동도서관에서 매일 달라지는 만들기 프로그램도 가족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도서관은 어느새 도시 속 자연과 삶을 잇는 감성의 공간이 됐다. 마지막 주말에 열린 신장도서관 야외 포토존 ‘하남네컷’에서는 가족, 친구 단위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사도서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책 나들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접이식 테이블, 그림책, 보드게임 등으로 구성된 피크닉세트를 대여해 미사누리공원과 미사호수공원 등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기부를 통해 마련된 물품이 시민에게 제공돼 지속가능한 독서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도서관으로 봄소풍 가요!’ 행사는 그림책 낭독과 손놀이, 막대인형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간을 넘어, 세대가 어우러지고 문화가 살아나는 삶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하남시는 지역 내 모든 도서관이 시민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도록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남/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